▲ 한방문화축제 행사. (사진제공: 중구청)

역사·전통이 살아 숨 쉬는 대구의 관광 명소
‘일본 국채 갚자’ 운동
두 달간 4만여명 참여
약시·영시 합쳐 약령시
5월 한방문화축제 개최

[천지일보 대구=장윤정 기자] 대구광역시 중구에는 우리 민족의 애국심을 본받고자 만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조선시대 때부터 한약재 유통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는 약령시가 있다.

두 곳은 언제 어떤 이유로 생겨났으며 현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이와 함께 일본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온 국민이 하나 됐던 역사적인 사건과 전국 최고의 한약재가 거래됐던 약령시의 모습도 살펴보자.

▲ 국채보상운동 여성기념비. (사진제공: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 ‘일본에 진 빚 갚자’ 국채보상운동

지식인과 부녀자부터 술 파는 노파들, 불구의 거지들까지 모든 국민이 일본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친 사건이 있었다. 바로 1907년에 발생한 국채보상운동이다.

이 운동의 발원지가 대구이며, 현재는 이 운동을 기념해 만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대구 중구 동인동에 자리 잡고 있다.

1904년 일본은 한국 경제를 파탄에 빠뜨리고 자국에 예속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에 차관을 도입했다. 일본은 1906년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1650만 원에 달하는 차관을 강제로 지게 했다. 이는 당시 국가 재정으로는 갚을 수 없는 엄청난 액수였다.

이에 1907년 2월 중순 대구 광문사 사장 김광제와 부사장 서상돈은 ‘우리 동포가 힘을 모아 국채를 갚아 나가자’라는 구호를 제창하며 국채보상운동을 펼쳐나갔다.

김광제와 서상돈은 ‘국채보상 취지문’을 작성해 전국에 반포하면서 동참을 호소했다.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남녀노소 모두 의연금을 내며 운동에 동참했다고 전해진다. 두 달여간 운동에 동참한 사람은 4만여 명에 달하고 총 230만 원이라는 금액이 모였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명칭 그대로 민족의 애국심과 단결력을 보여줬던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해 만든 공원이다.

이 공원은 지난 2007년에 설립됐으며, 현재 공원 내에는 독립지사 김광제·서상돈의 기념비와 국채보상운동 여성 기념비가 설치돼 있다. 또한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이 들어서 있어 그 당시 상황과 사진 자료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우남주 중구청 주무관은 “올해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설립된 지 5주년이 되는 해”라며 “이에 맞춰 지역민들이 선조들의 빛나는 애국심을 더욱 느낄 수 있도록 대구 지역 곳곳에 국채보상운동기념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국채보상운동기념비. (사진제공: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 진상할 한약재 수집했던 ‘약령시’

약령시는 조선 효종 9년인 1658년에 처음 개설된 것으로, 조정에 진상할 한약재를 수집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낙동강 등지에 좋은 약재가 많이 나면서 중앙으로 상납하는 약재를 이곳에 집결시켰고, 남은 것을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면서 일대에 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매년 봄에는 전국에 있는 한약재들이 거래되는 약시가 열렸고 가을에는 관청 소요 물품 등을 거래하는 영시가 열렸다. 이를 합쳐 일반적으로 ‘약령시’라고 불렀다.

약령시가 열리면 먼저 왕실로부터 매입을 위탁받은 공인들이 필요로 하는 약재를 사들였다. 이후에 약재상 간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곳에서는 전국에 있는 유명한 약재뿐 아니라 중국의 귀한 약재인 당재(唐材)까지 거래됐다.

통상적으로 음력 2월과 10월에는 한약재를 판매하는 큰 장이 열렸으며 일제 강점기에도 대구 약령시는 지속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전례를 이어 현재 약령시에는 100여 개의 한약방과 한의원, 약업사들이 들어서있다. 이곳에서는 전국 최고로 꼽히는 한약재와 한방제품 등이 판매되고 있으며 인삼, 홍삼, 경옥고 등 한약을 달일 때 필요한 약재료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때는 좋은 한약 재료를 구매하는 사람들로 제법 북적거린다. 한 손 가득 한약재를 들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드문드문 볼 수 있다.

아울러 오는 5월에는 한방문화축제가 개최돼 시민들의 발걸음을 더욱 이끌 것으로 보인다. 행사 기간에는 시민들이 직접 약썰기, 약첩싸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한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어지 전달식과 개시 선포식 등이 펼쳐진다.

쌉싸래한 한약재 냄새로 가득한 약전골목에서 한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으며, 선조들의 옛 모습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현재 약령시의 전통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한방문화축제 프로그램 다양화, 약령시 한의약 문화관 기능 확충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방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약령시 한의약 문화관은 다양한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외국인이 한방 향첩 싸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대구시)

◆ 다양한 한방 재료가 한눈에 ‘한의약 문화관’

약령시에는 선조 대대로 내려온 한방 기술과 재료, 용품 등을 전시해 놓은 ‘한의약 문화관’이 있다. 이곳 또한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문화관은 지난 1985년 희귀·향기 한약재와 고의서, 한방기자재 등 한방과 관련한 용품을 전시하는 한약재 전시관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2009년 5월에 전통 한방문화를 첨단시스템 기법에 맞춘 전시·체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한의약 문화관으로 다시 개관했다.

현재는 다양한 한약재를 전시해 놓고 있으며, 관람객들은 1910~1950년대의 약령시 모습을 담은 사진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국산 한약재를 직접 넣어 발 건강을 관리하는 한방 족욕과 한방비누 만들기, 한방 향첩(방향제) 싸기, 전통의상 입고 한약재 썰어보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은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박물관 앞마당에는 투호놀이, 윷놀이, 굴렁쇠 굴리기 등 민속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며 약탕기, 약첩 등의 조형물을 만들어 놓아 한의약과 관련된 물품 등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아울러 이곳은 개관한 지 26년 만에 1종 전문 박물관으로 승격되기도 했다. 대구시는 이곳을 한방문화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박물관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김영애 대구시 보건과장은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6만 명 이상이 찾은 한의약 박물관은 전문 박물관으로 승격돼 앞으로 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대구 약령시가 한방산업을 이끄는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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