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는 서로 싸우지만 뒤에서는 서로 악수하며 웃는 것은 무엇인가. 마치 수수께끼 같은 질문 한 번 해보자.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업과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사당을 싸움판으로 만드는 국회의원들도 앞에서는 치고 박고 싸우지만 막상 뒤돌아서면 ‘선배님, 후배님, 오늘 점심은 뭐 드실래요?’라며 인사한다고 한다. 당의 색깔이 서로 달라 앞에서는 손가락질해가며 난투극까지 벌이기도 하지만 사실 국회의사당 밖에서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라고 하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산업스파이도 생겨날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관계지만 알고 보니 뒤에서는 가격담합까지 논할 정도 친한 사이다.

며칠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담합혐의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평판TV, 노트북PC의 소비자판매가 인상·유지 합의 행위를 적발·시정하고 삼성전자에 258억 1400만 원, LG전자에 188억 3300만 원 등 과징금 446억 47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2008년 10월부터 2009년 9월 기간 중 판촉경쟁으로 하락한 전자동(10㎏) 및 드럼(10㎏, 12㎏, 15㎏)세탁기 소비자가를 인상·유지하기 위해 모임까지 갖고 담합을 도모했다고 한다. 이들은 모임을 통해 최저가 제품 생산중단, 단종모델 대체제품 출시 및 출하가 인상, 유통망 지급 에누리, 장려금 또는 상품권 축소 등을 담합했다. 가격담합 자체도 문제지만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양사 담합 대상인 세탁기, 평판 TV, 노트북PC 등은 일반인이 자주 찾는 할인점, 양판점, 직영점, 백화점에서 판매된 것으로 판매가격이 경쟁가격보다 인상돼 소비자피해를 야기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는 경쟁하고 싸우는 듯하지만 뒤에서는 웃으며 호형호제하는 참으로 알쏭달쏭한 사이. 일부이기는 하지만 기업이든 국회의원이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쇼맨십이 없어서는 안 될 세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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