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전업주부 증가 추이 ⓒ천지일보(뉴스천지)

“육아·살림 경험하는 것이 좋아”
[천지일보=이솜 기자] #오창균(44, 남,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씨의 아침은 바쁘다. 오 씨는 7시 전에 일어나 아침밥을 짓는다. 가족들이 밥을 먹기 시작하는 시간이 8시를 넘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식사는 20분 안에 끝내고 8시 반에는 모두 집을 나서도록 해야 한다. 식구들이 집을 나갔다고 쉴 수는 없다. 이어 설거지와 이불 개기 등 가사를 하고 나면 어느새 9시가 넘는다. 그때야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오 씨는 16년차 베테랑 남성 전업주부다.

11살인 오 씨의 딸은 최근 “아빠, 친구네 집에 갔는데 신기한 걸 봤어”라며 “그 집에서는 친구네 엄마가 밥을 하고 있었다니깐”이라고 말했다. 딸은 아빠가 살림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과 전통적 성 역할의 붕괴 등으로 늘어난 남성 전업주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시가 발표한 ‘2011 통계로 보는 서울 남성’에 따르면 서울시 남성 전업주부는 5년 만에 2.3배가 증가했다.

최근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도 남성 전업주부가 ‘괜찮은 직업’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지난해 3월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대학생 439명을 대상으로 남성 전업주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2%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통계상 남성 주부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이라는 응답과 다르게 현직 남성 전업주부들이 느끼는 사회적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전업주부 11년차인 김국남(44, 남,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씨도 “아직 우리나라는 남성 전업주부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다”며 “나뿐 아니라 다른 남성 주부들도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오 씨는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주부라고 밝히지는 않는다”라며 “할머니들은 왜 젊은 사람이 집에만 있냐고 나무란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앞의 통계에서 남학생 절반 가까이는 남성의 전업주부 활동에 가장 큰 걸림돌이 사회의 편견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남성 전업주부들은 좌절만 해야 하는 것일까. 선배들은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씨는 “주부를 하려고 할 때는 나를 둘러싼 편견 외에 결과적인 것들이 안 보인다”며 “일단 용기를 내고 짧은 기간이라도 경험해 보라. 이 잠깐의 시간을 통해 가정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 씨도 “남성 주부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가부장적 집안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것들도 모두 껴안고 육아와 살림을 한다면 우리 아이가 커서 이런 편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가장 적합한 사람이 하는 것이 옳다”며 “오늘은 내가 하지만 내일은 당신이 할 수도 있는 것이 육아와 가사 아닌가”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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