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두산 공원 (제공: 부산 중구청)

‘부산의 명동’ 광복동, 일본인 거류지에서 젊음의 거리 되기까지

일제 때 약탈 무대… 8.15 광복맞아 동명 개칭
근대화 후 ‘문화+관광+젊음’의 장소로 변모

[천지일보 부산=백하나 기자] 부산의 중심 중구에 위치한 ‘광복동’. 사통팔달로 통하는 광복로는 남포동과 함께 근처 용두산공원, 국제시장, 남포동 BIFF광장, 자갈치시장 등 관광지를 끼고 있어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꼽힌다.

과거 일본인의 무역장소였던 초량왜관이 설치된 거류지에서 부마민주항쟁의 근원지, 물류유통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광복동은 부산의 역사를 대표하는 행정구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산 중구의 상권이 죽어가면서 도떼기시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과거 광복동의 명성이 시들어 가고 있고, 남포동과 함께 부산의 대표적인 유흥문화의 집결지로 변해가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 광복(光復)의 환희가 살아있는 곳, 광복동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 조선시대 후기 한일 양국의 선린 우호 사절이었던 통신사의 평화교
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광복동의 대표 행사인 조선통신사 축제 (제공: 부산 중구청)

◆ 왜관 뒀던 과거, 日상권의 중심
1910년 한일합병 이후 초량왜관이 들어서면서 과거 광복동은 일본인들이 무역을 하기 위해 모여드는 장소였다. 그렇다 보니 이 지역은 일본의 약탈을 위한 주 무대로 활용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일본인들은 왜관 주변을 둘러싼 석벽을 제거하고, 영주동 사이에 있던 쌍산(雙山=雙岳)을 제거하면서 자신들의 거류지를 조선과 연결하고자 했다.

일제 강점 후 일본인의 야욕은 더욱 커졌다. 일본은 용두산을 중심으로 부평동, 대신동, 영도 방면으로 세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현 북항을 매축하는 공사를 하고 남항 일대를 항만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벌였다.

광복동 심장에서는 신사참배가 이뤄졌다. 일본인들은 1915년 11월부터 1916년 6월 사이에 용두산공원을 조성하고 현 부산타워가 있는 곳에 신사를 세워 부산시민들에게 일본 천황에게 절할 것을 강요했다. 이렇게 역사의 시련 속에 이곳은 일본인의 상권 중심지로 변화해 갔다.

◆ ‘조선의 주권회복’ 새 이름 주다
부산이 기지개를 켠 것은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하면서부터다. 부산은 일제 치하에서 조선이 해방된 이후 맨 처음 동명을 개칭했다. 광복동은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번창한 곳에서 조국의 광복을 맞는다는 뜻에서 우리 민족이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기쁨을 담아 ‘광복’으로 새 이름을 입었다.

일제 강점기 광복동은 비록 약탈 무대였지만 외교 특구로 활용됐던 곳이라 근대 문물의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과거 외국 상인들이 풍습과 문화, 물류를 교류하기 위해 설치한 항만, 상권 등이 인프라를 이루면서 근대 상업을 이끄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변모한 것이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임시수도가 들어선 광복동은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도약하게 된다. 1979년 10월 16일 부마항쟁 당시 남포동과 광복동 일대는 유신철폐를 외치는 대학생들이 모인 격전지로 이슈가 됐다. 부마항쟁은 4·19 이후 독재정권에 항거한 최초의 지역시위로 역사에 길이 평가받고 있다.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과 함께한 광복동은 향수 짙은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아갔다. 옆 동인 남포동과 함께 광복동은 국제시장, 남포동 BIFF거리, 자갈치시장, 보수동 헌책방 골목 등을 끼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일 광복동에서 만난 시민 유정은(38) 씨는 “광복동 일대는 젊음의 거리부터 근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헌책방이 들어서 있어 이색적”이라고 평가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원도심’
남포동과 함께 인기 관광지

 

 

 

 

▲ (제공: 부산 중구청)

◆ 남포동~광복동 일대 ‘관광명소’
주변의 관광명소와 실핏줄처럼 연결된 광복동은 지하철표 한 장으로 주변 곳곳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광복동과 큰길로 맞닿아 있는 남포동은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의 거리로 극장가와 패션 단지가 늘어서 있다. 남포동 BIFF거리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에 배우들의 무대 인사와 거리 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근방으로 자갈치시장과 용두산공원, 보수동 헌책방 골목, 국제시장(깡통시장) 등 관광지 탐방은 물론 부산의 명물 어묵과 떡볶이, 호떡 등 주전부리를 골목에서 즐길 수 있다.

가장 큰 인상을 주는 곳은 역시 자갈치시장이다. 자갈치시장에서 만나는 억척이 ‘자갈치 아지메’의 걸출한 입담과 후한 인심은 관광객들에게 부산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준다. 1970년 부산 중구 남포동에 자리를 잡은 자갈치 시장은 1985년 대형 화재를 겪은 이후 신축 사업을 통해 수산물 백화점 형식의 건물을 조성, 지금에 이르렀다. 자갈치시장은 매달 10월 축제를 열면서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홍보해오고 있다.

8.15 광복 후 일본인들이 전시 물자를 팔기 위해 형성된 국제시장은 미군용 물자와 각종 밀수품이 즐비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른바 ‘도떼기시장’이 바로 국제시장이다. 국제시장에는 각종 공산품과 농수축산품을 팔고 있다.

하지만 패션과 극장 등의 상권이 점차 부산 서면과 해운대 일대로 중심 이동하고, 전통시장도 대형마트의 거센 공략에 맥을 못 추면서 광복동의 활기는 예전과 같지 않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명희(58) 씨는 “광복동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 과거에는 물건을 직접 사러온 손님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관광을 하러 오는 손님이고 그중 주머니를 여는 사람은 절반도 채 안 된다”고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광복동은 낮이면 젊은 사람들이 쇼핑을 하러 오는 곳, 저녁이면 술을 마시러 오는 유흥가가 돼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 부산 광복동과 인접한 남포동 소재 자갈치 시장(왼 쪽)과 신창동에 있는 국제시장(오른 쪽) <제공: 부산 중구청>

◆ 광복동, 옛 명성 회복 위해 노력
지난해 9월 부산시가 발표한 ‘2030 부산도시기본계획안’에 따르면 부산의 도시공간 구조는 기존 ‘1도심 5부도심 4지역중심’ 체계에서 ‘2도심 6부도심 4지역중심’으로 변경된다. 시는 광복동을 구도심으로, 서면을 신도심으로 분리해 2개 도심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광복동은 2009년 롯데백화점 광복점 개점을 시작으로 부활을 위한 태동을 시작했다. 서울~부산 KTX가 완전 개통되고 거가대로 준공이 완료되면서 교통이 원활해져 외부인의 출입이 더욱 쉬워졌다.

최근 북항대교와 천마산 터널, 영도대교 등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부산 시민의 유입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구는 광복로 시범가 조성사업, 영화의 거리 테마 조성, 자갈치 축제, 크리스마스 축제 등을 육성해 원도심 부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부산의 대표 행정구역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릴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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