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관리 중요… 불안하다면 에어플로 등 이용

[천지일보=이상백 시민기자] 임신 전 치아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임신을 하고 난 뒤 치아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나온 말인데, 지난해에는 구강 관리를 잘해야 임신도 잘된다는 연구결과까지 발표됐다. 이쯤 되면 임신 전부터 치과를 잘 다녀야 할 듯하다.

2012년 ‘흑룡의 해’에 맞춰 임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맞춰 임신과 구강관리의 관계에 대해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의료진의 조언을 통해 알아보았다.

▲ 임신 원하면 치과부터 가야 하는 이유 (일러스트: 이동근)

◆ 치주질환 있으면 임신도 늦어진다

지난해 중순 스웨덴에서 열린 산부인과 학회에서는 잇몸에 질병이 있는 여성은 임신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호주의 로저하트 교수 연구팀이 3500명의 여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잇몸에 질병이 있는 여성의 경우 임신하는데 걸린 기간이 7개월, 그렇지 않은 여성은 임신하는데 5개월 걸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잇몸질환이 어떻게 임신에 영향을 끼치는지 까지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일반적으로 치과학계에서는 치주 질환이 있을 경우 심장병과 당뇨, 유산, 남성 정자의 활동성 약화 등의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한 뒤에도 치주질환은 말썽이다. 몇 년전 미국 튜레인 연구팀이 25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임신성 당뇨가 있는 여성은 절반정도가 치주질환을 갖고 있었고, 임신성 당뇨가 없는 여성은 약 10명당 한 명 꼴로 치주 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는 거꾸로 해석하면 치주질환이 있으면 임신성 당뇨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에스플란트치과병원 백상현 원장은 “임신 중에는 여성호르몬이 증가해 잇몸 내 혈관벽이 얇아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며, 체온이 올라가 입 안에서 염증이 잘생기고, 세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돼 임신성 치은염이나 충치가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임신 초기에 하는 입덧도 치아에는 좋지 않다. 위산이 섞인 신물이 올라오면서 치아와 잇몸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또, 자주 음식을 섭취하는 반면, 몸이 무거워져 치아를 잘 닦지 않게 된다는 점도 치은염 유발의 주요인이 된다. 치은염은 오래되면 잇몸뼈(치조골)에 염증이 전이돼 치주염으로 발전한다. 치주염은 심해지면 태반에까지 영향을 끼쳐 조산아 출산의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치주질환과 임신의 관계는 매우 깊지만 정작 일반적으로 치주질환 관리는 잘 안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풍치로 치아를 찾는 이들은 2005년 515만 명에서 2009년 738명으로 4년 동안 무려 1.4배 증가했다.

◆ 임신 전 문제가 될만한 사랑니는 뽑아놔야

치아 관리를 위해서라면 우선 임신을 계획 중인 시기에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만일 좋지 않은 치아가 있거나 치열이 좋지 않다 해도 임신 중에는 마취 등의 처치가 곤란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임플란트 시술이나 치아 교정 등의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소한 스케일링은 하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사랑니 등은 미리 뽑아 놓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에는 스케일링 등 치과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치과에 가도 소용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임신 중 치과치료가 태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필요하다면 치과에서 하는 부분마취 후 치료는 해도 큰 이상은 없다. 임신 14~26주 때는 큰 치료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가능하므로 잇몸 치료 등은 이때를 이용하면 좋다.

스케일링의 경우 만일 불안하다면 치과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에어플로’라는 장비를 이용해도 좋다. 에어플로는 지름이 25㎛이하인 아미노산(글리신) 미세 입자를 강한 압력으로 뿜어내는 장치로 통증이 거의 없으며 미세한 세균 제거에 큰 도움이 된다.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이정택 원장은 “출산 중 치아 관리는 출산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중요한 것이지만 임신 중 치과를 가면 안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사전에 치과를 꼭 방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이어 “다만 스케일링은 덩치가 큰 치석제거용, 에어플로는 치석 제거 후에 미세하게 남아있는 치태와 같은 세균 제거용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임신 예정자는 미리 스케일링을 받고 임신기간 동안은 잇몸이 많이 예민한 상태이므로 에어플로를 3~6개월에 한 번씩 받으면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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