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2012년 대선은 대한민국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빅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보수 또는 진보가 집권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는 기점에서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각 정당의 탈지역화나 최근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복지 논란, 그리고 ‘안철수 현상’은 이러한 분위기를 잘 설명해주는 복선들이다.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을 역임한 저자는 보수의 ‘보수다움’을 강조한다. 저자는 진보 정당의 복지정책을 뛰어넘기 위해 보수의 정체성을 포기한 채 망국적 포퓰리즘 공약을 선보이고 있는 보수를 싸잡아 질타한다. 그는 ‘보수 대 진보’의 프레임을 깨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으면서 위기에 처한 우파가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들을 세밀하게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사례로 ‘로베스피에르의 우윳값’ 이야기를 제시한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로베스피에르는 군중의 마음을 얻기 위해 비싼 우윳값을 절반으로 낮추라고 지시했다. 이 포고령을 어기는 사람은 즉각 체포해 가혹하게 처벌했다. 당장에 시민들은 환호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우유를 팔아 사료값도 건질 수 없게 된 목축업자들이 젖소를 도살하면서 젖소 사육이 크게 줄고 우유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우윳값은 배로 폭등했다.

그러나 로베스피에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젖소를 많이 키울 수 있도록 이번에는 사료값을 절반으로 내리도록 명령했다. 그러자 이번엔 많은 사료업자들이 못살겠다며 사료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사료값이 폭등하고 우윳값은 혁명 전의 4배로 치솟았다. 이후 로베스피에르는 성난 민중의 손에 끌려가 단두대의 이슬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국민의 인기를 얻기 위해 이것저것 재보지 않고 시행한 정책은 나라를 망국의 길로 이끈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의 말을 적절히 끄집어낸다.

“공짜 점심은 없다. 재정이 수반되지 않는 사회 정책은 존재할 수 없다. 당신이 점심값을 내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내야 한다. ‘인어의 노래(유혹에 홀리면 배가 좌초된다는 뜻)’를 듣지 말라. 그들의 노래를 듣기 시작하면 배는 반드시 좌초한다. 인어의 노래를 듣지 말고 항로를 지켜야 한다.”

그렇기에 정치 지도자는 복지의 무한정 확대만큼은 조심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이므로 목적 없는 ‘좌클릭’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추부길 지음 / 살구나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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