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체육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몸을 움직이는 각종 신체운동이다. 운동장에서 던지고, 치고, 달리는 것을 연상하는 것은 당연할 듯하다. 예전 체육(體育)이라는 한자어의 어원도 체력적인 것에 바탕을 뒀다. 한자글자를 해석하면 인간의 근본을 이루는 뼈(骨)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 힘쓴다(育)는 의미이다. 국어사전도 일정한 운동을 통해 신체를 튼튼하게 단련시키는 일 또는 그런 목적으로 하는 신체운동으로 정의한다. 체육학자들도 이러한 체육의 근원적인 의미에 따라 체육 실기와 이론에 치중해 왔던 것이 그동안 국내 체육학계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체육에는 신체를 단련하는 것 이상으로 더 큰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약자로 쓰는 체육(体育)의 체자를 풀어서 해석해보면 사람 인변에 근본 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체육이란 게 엄밀히 따지고 보면 사람의 근본을 기르는 것으로 곧 체육학은 인간학이라는 것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체육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을 배우는 것이라는 해석이 최근 들어 더 강조되고 있다.

지난해 말 차기 체육학회장으로 선출된 전병관 경희대 교수도 체육의 인간학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학자이다. 그는 체육을 통해 인간의 윤리와 도덕을 배워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양성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경희대에서 매 학기 540명이 들을 정도로 인기있는 강좌 ‘현대생활과 체육’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는 전병관 회장은 체육학과 인문학을 접목시켜 연구하는 학자이다. 그가 소개하는 이야기를 옮겨본다.

“많은 관중들은 야구에서 홈런이나 안타 등을 보며 좋아한다. 하지만 야구에 숨어있는 스토리를 알면 더욱 재미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면 투수와 포수와의 관계를 보자. 좋은 투수는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진다. 포수는 이러한 위력적인 공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혹시 공을 잘 받지 못하면 흙 묻은 공을 정성껏 닦아 투수에게 던져준다. 커브가 뜻하는 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투수에게 다가가 말한다. ‘공이 아주 좋다. 그런데 컨트롤을 약간 안쪽으로만 들어오면 더욱 좋겠다’며 투수를 배려하는 말을 건넨다. 이러한 말을 들은 투수는 더욱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지기 된다.”

“1980년대 한국에서도 활약한 재일동포 투수 김일융이 있었다. 그가 일본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명투수로 성과를 올릴 때, 포수가 5명이나 손목 고장으로 선수생활을 일찍이 접어야 했다. 가슴이 여린 김일융은 포수 미트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나야 구질에 자신감을 갖곤 했는데 이러한 것을 간파한 감독은 일부러 포수들에게 얇은 미트를 쓰게 했고 결과적으로 포수들이 그를 위한 희생양이 됐던 것이다.”

이러한 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협력과 배려, 조화가 아닐까 싶다.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 사이에도 서로간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좋은 플레이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홀로 서는 사람이 아닌, 함께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체육을 통해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병관 차기 체육학회장은 “인간의 맑은 영혼은 건강한 신체에서 나온다. 요즘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도덕과 윤리를 앞세우는 체육활동을 강화하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유치원부터 체육시간을 만들고, 초중고 체육수업을 2~3시간 늘리면 학생들이 체육에 열중하게 된다. 그러면 학생들의 인성이 바르게 되고 정신도 맑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체육은 체육의 의미를 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순수 운동으로만 여겨 홀대하고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을 펼친 것이 현재의 교육 위기를 낳게 됐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내년 1월부터 2년간 체육학회장으로 활동하게 될 전병관 회장은 사실에 기초하여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체육의 중요성을 전파하기 위해 힘쓸 각오이다. 학술적인 부분은 각종 분과학회에 일괄시키고 한국 체육을 대표하는 체육학회는 체육이 국가교육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각종 정책제안과 계획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 전병관호로 발족할 체육학회가 이론과 실기 등 학문의 틀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참된 가치를 구현하기위해 현실 사회에 접목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이루어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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