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돈 봉투 수수 파문으로 당 내부가 시끄러워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돈 선거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당사자로 지목되는 박희태 국회의장은 외유를 떠났고 돈 봉투 의혹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은 검찰에 출두하였다. 의혹의 수준을 넘어서 구체적인 진술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사건은 그냥 넘어 갈 수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은 비대위를 결성하고 쇄신을 하려고 하는 중이고 비대위원들의 쇄신방향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의 저항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비대위원의 사퇴주장을 하는 한나라당의 계파수장급의 중진의원들이 회동을 모의하고 있는 시점에 한나라당은 악재를 맞은 것이다. 비대위의 역할이 더 커지게 될 것 같다.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을 비난하면서도 불안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도 최고위원 선거를 치루면서 금품수수 사건이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도 금권선거의 경험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야를 막론하고 돈 봉투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심증이 가는 것이다.

돈 봉투로 표현되는 뇌물수수는 불공정한 선거를 기도하는 사건이므로 선거법 위반으로 엄히 다스려야 할 문제이다. 돈으로 표를 사겠다는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에도 위반되는 것이므로 헌법위반 사례이기도 하다. 당의 대표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의 돈 봉투는 어쩌다가 발생한 사건은 아닌 것 같다. 오래된 관행인 것으로 보이는데 책임을 질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검찰에서 이런 사건을 계좌추적을 통해서 밝히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고 당사자의 증언에 기댈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공소시효가 5년이라고 하니 그 이전 부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철저한 수사로 책임을 물어서 돈 선거를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사건일수록 유야무야 넘어간 일들이 많아서 검찰의 수사에 확신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있는 각종 선거 때의 현금수수도 뿌리 뽑아야 할 것이데 검찰의 노력만으로 과연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권에 만연되어 있는 돈 선거가 사회전반에 끼치고 있는 해악이 얼마나 큰지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공공단체장 선거뿐만 아니라 일반단체의 장을 선출할 때도 어김없이 돈과 관련된 추문이 떠돈다.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봉사단체에서도 수십억을 써야 총재나 회장이 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데 금품살포로 인해 당선된 사람이 구속되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온갖 향응이 난무하고 돈에 따라 줄서기를 함에도 선거가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덮여지는 풍토가 있는 한 정치권의 선거문화는 바로잡기가 힘들 것으로 본다. 정치권이 솔선수범해야 함에도 더 부패하고 심하니 사회일반에서 추악한 선거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

이런 문제는 내부자의 고발이 아니고는 증거를 잡기도 힘들게 되어 있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이런 사건을 독자적으로 파헤치는 일도 부담을 느낄 만한 사건이라서 스스로 나서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지난 대선 때의 엄청난 대선자금 살포로 인해서 한나라당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당직자가 구속되는 일도 보아왔다.

정권을 담당한 측에서 반대세력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당성이 없는 모금이나 돈 살포는 철저하게 파헤쳐서 응분의 벌을 줘야 함이 마땅하다. 죄의 정도에 따라 차등적인 벌을 줘야 하는 것이 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이 쇄신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확실한 쇄신대책을 내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번 사건을 음모론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음모든 아니든 잘못된 것에 대한 사과와 대책을 발표해야 할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사건에 대해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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