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창업 준비를 위해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3년 후 150만명 퇴직… 창업스쿨·비즈플라자 등 지원서비스 확대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여기 제2의 인생을 위해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이자 우리의 아버지·어머니들이다. 오늘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며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자.

류윤석(57, 남) 씨는 30여 년의 회사 생활을 끝내고 2010년 말 퇴직했다. 창업을 준비 중인 류 씨의 일과는 일반 직장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고 있는 ‘시니어 비즈플라자’에 입주해 사무공간을 제공받았다. 류 씨는 이곳에서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업무를 본다. 그는 LED 실내조명을 개발해 사업 기반을 닦고 있다.

류 씨는 퇴직 후 6개월 동안 집에서 쉬면서 사업 구상을 했다고 한다. 류 씨는 “퇴직하면 창업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며 “정부지원을 받아 창업할 방도를 찾다가 중소기업청 홈페이지를 통해 창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지원 사업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재취업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는 나이도 있는데 또 남 밑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보단 개인적인 사업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류 씨는 “다른 사람들은 가능한 한 회사를 다닐 수 있을 만큼 다니라고 하지만 우리 세대는 퇴직해도 인생의 절반 정도를 다시 다른 일을 하며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회사를 나와 자기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는 “LED 실내조명 완제품이 나오기 전에 여러 가지 시험을 하고 있는 단계”라며 “그간 중기청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교육, 지원금, 사무실 등을 지원받아 좀 더 수월하게 창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도 쉬지 않는다. 동네 도서관을 찾아
사업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를 모으고, 관련된 공부를 하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체계적인 사회 지원 필요한 때”
1955~1963년생인 베이비붐 세대는 2012년을 기점으로 49세에서 57세까지의 연령대에 속한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14.6%(712만 명) 정도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급격한 경제성장과 외환위기 등을 두루 경험하며 지금까지 사회의 중심축으로 활약해 왔다.
하지만 2010년부터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앞으로 2~3년 후에는 15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퇴직을 하게 된다.

이 세대는 가계경제의 주된 수입원으로 부모와 자식을 모두 부양해야 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으나, 정작 본인을 위한 노후준비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또 경제성장의 주역으로서 휴일근무, 초과근무를 당연시하는 ‘회사맨’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정작 본인의 ‘인생 2막’ 설계에 대한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한 세대다.
전문가들은 노후준비를 못한 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정부가 베이비붐 세대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원재단의 설립, 은퇴준비교육의 전국적 확산 시스템 구축, 고용연장을 위한 제도, 전직을 위한 지원서비스의 다양화와 내실화,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대안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는 준고령자로 재취업하기엔 이들의 눈높이가 높은 부분이 있고 새롭게 늘어날 일자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귀농,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사회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손 연구위원은 “인프라 구축이 당장 될 수 있는 건 아니고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년퇴임을 연장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일본은 정년퇴직 나이가 65세이며 미국은 정년제도 자체가 불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질적으로 퇴직 나이가 55세라고 볼 때 무려 10년 정도 차이가 난다.

베이비붐 세대 취업자 중 관리직·전문가와 관련된 종사자, 사무직 종사자가 25%에 달한다는 점을 볼 때 이들의 은퇴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회적 인력을 사장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손 위원은 “이들의 고학력·고경험 등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접목시켜 컨설팅을 돕는 것인데 정부에서도 이를 권장하고는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중소기업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복지 사회안전망도 좀 더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을 받는 시기와 퇴직연령 시기가 맞물려 있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부분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몇 년 새 베이비붐 세대만 특화시켜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안이 많이 제안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 현실에 적용되기엔 갈 길이 멀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에서는 시니어 창업스쿨, 비즈니스플라자 등 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엔 시니어 창업스쿨을 통해 816명이 교육을 수료했다. 2011년에는 32개 시니어 창업스쿨 운영기관을 선정해 4200명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교육과 창업실행, 경영지도를 진행했고 이 중 261명이 창·취업에 성공했다.

시니어 창업스쿨 교육은 시니어의 경력·전문성·네트워크를 활용한 성공 창업을 목표로 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창업 준비부터 창업 후 조기 정착을 위해 과정별 코칭, 현장실습, 인턴십 체험 등을 포함하며 교육수료 후에는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시니어 창업스쿨 교육을 수강할 수 있는 자격은 만 40세 이상, 기업·기관경력을 보유한 사람으로서 ‘시니어넷’을 방문해 온라인으로 교육신청을 할 수 있다. 총 교육비의 80%는 정부에서 지원하며 교육생은 20%만 부담하면 된다.

또한 중소기업청은 시니어의 창업과 재취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오프라인 지원센터의 필요성 증가에 따라 2011년 전국에 7개의 시니어 비즈플라자를 신규 지정해 창·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사무공간, 상담·자문, 교육, 창·취업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12년에는 시니어 비즈플라자의 거점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에 시니어 비즈플라자를 추가로 설치해 전국 시니어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특화지원 서비스를 확대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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