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일보 파업 13일째인 지난 4일 노조가 조민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사옥 앞에서 옥외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국민일보 노조)

10년 만에 또다시 총파업 돌입

[천지일보=손선국 기자] 기독교계 언론인 국민일보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18일째다. 이번 파업 사태는 지난 2001년에 이어 10년 만에 다시 벌어진 것이다.

국민일보 노동조합(위원장 조상운)은 파업에 나서면서 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인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조용기 목사 일가가 국민일보 경영권을 쥐고 있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재정 비리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조 목사와 장남 조희준 씨는 지난해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교회 장로들에 의해 고발됐다. 조희준 씨는 또 개인빚을 갚기 위해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모 계열사 자금 36억여 원을 무단으로 대출받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그해 10월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현 국민일보 사장으로 있는 조 목사의 차남 조민제 씨는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모 회사에 4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조 사장은 이외에 국민일보 등과 관련된 다른 범죄 혐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세대 총장을 맡고 있는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도 횡령‧배임,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국민일보 노조 등에 의해 고발된 바 있다.

이번 파업은 이면적으로는 조용기목사 일가의 경영권 침탈에 맞서는 차원이지만 지난달 21일 사측과의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파업을 결정하게 됐다. 임금협상에 대해선 노조는 7.5%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기본연봉 3.5%를 고수했다.

이는 자동인상분 2.5%를 제외하면 1% 인상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파업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노조는 파업 출정식 선언문에서 “본 파업은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확보하고 권익을 신장시키는 동시에 국민일보에 정의와 양심, 인간의 존엄성을 세우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노조는 “10년 전 파업으로 끝날 것 같았던 조용기 목사 일가와의 악연은 안타깝게 오늘까지 이어지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노조의 한 간부는 2006년 국민문화재단(이사장 박종화 목사)을 설립한 조용기 목사가 ‘국민일보를 한국사회와 교계에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재단 이사장으로 세워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가 국민일보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국민문화재단에 개인비리가 있는 조민제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재단 측이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조용기 목사가 1988년 12월 10일 창간했다. 하지만 조 목사는 창간의 주역일 뿐 결코 ‘사주(社主)’는 아니라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조상운 노조위원장은 “국민일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의 헌금으로 설립됐다”면서 조용기 목사의 소유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설사 한 개인이 설립했다 하더라도 언론기관인 신문사는 사회의 공기(公器)이기에 사유물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국민일보는 그동안 조 목사님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언론인도 아니고 경영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이 경영을 도맡아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종교를 특화시킨 ‘미션라이프’에 대해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기독언론의 역할을 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해 교계에서 숱한 지적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느 페이지에나 기사 또는 광고로 조 목사의 얼굴 사진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는 ‘우스꽝스러운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조 위원장은 이에 대한 근본적 원인은 경영권과 편집권이 독립되지 못한 데 있다고 짚었다. 그에 따르면 조용기 목사가 ‘요즘 사람 얘기가 부족하다’고 말하면 몇 달간 인터뷰가 줄을 잇고 심지어 조 목사와 친한 목회자와 교인이라 하면 검증 절차도 없이 대서특필돼 왔다.

그는 “국민일보가 ‘복음 실은 종합일간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한국 기독교계 중 일부만 부각시키고 이들의 권력지향성을 강화시켜 왔음을 인정한다”면서 국민일보 기자와 구성원들은 ‘조 목사의 하수인’이 아니라고 천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5일 열렸던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와 국민일보 노조가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교계 기자들은 국민일보가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파행에 대해 제대로 다루지 않는 것은 기독언론으로서 정체성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 기자는 “국민일보는 ‘기독 언론계의 형님’으로 영향력이 크기에 교계에서 할 말은 하는 그룹에 대해 바르게 써야 다른 매체들도 따라가기 쉽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국민문화재단이 조 사장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조 사장에 의해 부당해고된 직원을 복직시킬 것 ▲불신임 투표를 받은 현 편집국장은 물러날 것 ▲‘종교국장 평가투표제’를 실시할 것 ▲사측은 노조와의 대화‧협상에 임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용기 회장과 조민제 사장이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노조와의 대화를 회피하고 있어 이번 파업은 지난 2001년 45일간 지속됐던 파업 사태보다 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