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흔히들 ‘사기열전(史記列傳)’과 ‘사기(史記)’를 같은 책으로 여긴다. 한편으론 맞고 한편으론 틀린 부분이다. 알다시피 ‘사기’는 중국 고대 역사학자 사마천이 쓴 역사책이다. 이 책은 여러 부분으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역사에 남을 만한 사람에 대해 기록한 게 바로 ‘사기열전’이다.

이 열전은 여러 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맨 앞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백이와 숙제가 등장한다. 이처럼 입체적인 인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사기열전은 꽤 인기가 좋은 편이다. 세상을 위해 큰 공을 세운 영웅호걸이 등장하는가 하면 하찮은 말재주로 남을 속이는 인물도 나온다. 이 책은 제목에서 묻어나듯이 사기열전을 청소년의 눈높이로 번역하고 해설한 서적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형식을 취해 독자에게 쉽게 다가간다.

책에는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사자성어와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한다. 서로 이해하고 믿고 정답게 지내는 깊은 우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관안열전(管晏列傳)에 의하면 제나라 사람 관중은 젊은 시절 늘 포숙과 함께 지냈는데, 일찍이 포숙은 그가 비범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관중은 가난했기 때문에 늘 포숙을 속였으나, 포숙은 끝까지 그에게 잘 대해 줬고 뭐라고 나무라는 일도 없었다.

뒷날 포숙은 제나라 공자 소백(환공)을 섬겼고, 관중은 공자 규를 섬겼는데, 관중은 규를 죽이고 등극한 환공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이때 포숙이 환공에게 관중을 등용하라고 권해, 관중은 마침내 제나라의 나랏일을 맡게 됐다. 이후 관중은 정치를 잘 이끌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관중의 뛰어남을 일컫기보다는 오히려 포숙이 사람됨을 제대로 알아보았다고 칭송했다.

관중·포숙 편에서 ‘아빠’로 등장하는 해설자는 이렇게 풀이한다.

“포숙은 관중의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하고, 관중이 뜻을 펼 수 있게 기회를 준 거야. 그 덕에 관중은 한때의 잘못을 극복하고 훌륭한 업적을 세울 수 있었지.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관중의 태도가 잘못됐느냐 아니냐가 아니야. 그보다는 다른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하면 그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일이 아닐까?”

전호근 엮음 / 이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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