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해진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꾸준히 실천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법. 지난 30년간 잘 드러나지 않아 지나칠 수 있는 현장을 누비며 구멍난 사회안전망을 메우는 봉사에 앞장서온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이사장 권성)의 활동에 공감해 본지도 함께 하고 있다. 신년을 맞아 이들의 활약상을 조명하며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다양한 현장 경험 소유한 인추협
1500여 명이라는 사상자를 낸 사상 초유의 대형빌딩 붕괴사건. 지난 1995년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나자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이사장 권성)는 발 빠르게 ‘민간자원구조단’을 결성했다.
당시 삼풍백화점 인근에 위치했던 강남 성모병원의 병원장이 인추협 회장이었고, 현재 인추협 상임대표인 고진광 씨의 아내가 응급실 수간호사였다. 이런 배경으로 인추협은 유족과 기자들에게 사고 사상자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도 했다. 무엇보다도 아수라장이 된 사건 현장에서 목숨을 건 ‘민간자원구조단’의 희생은 무한 감동을 줬다.
고진광 대표는 “당시 삼풍백화점 붕괴현장과 사무실이 가까웠기 때문에 어쩌면 사고 현장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었다”며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너무도 긴박해 구조요원으로 활동했다.
이때부터 인추협도 재난 구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계기로 민간자원구조단은 재해극복범시민연합이라는 정식 이름을 달고 달동네 보일러수리·도배 등 소외계층을 위한 재해구호와 주거환경개선에 힘썼다.
그 결과 지난 2009년 1월에는 주거환경개선 5000가구를 돌파했다. 또 그해 전국 15개 시·도 자원봉사자 50만 명이 참여한 ‘제2회 전국자원봉사대축제’에서는 이들의 숨은 땀이 빛을 발했다. 자랑스러운 자원봉사자로 선정된 37개팀 가운데 명예의 최우수상을 받은 것.
국내외 대형사건 현장에서 묵묵히 활동해온 인추협의 고진광 대표는 “재난·재해 현장에서는 인명 구조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교통수단이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사람은 갈수 있기 때문에 구조단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 인구의 70%가 거주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심각한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지진·쓰나미 등 재난·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각국 정부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민간 차원의 범세계적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게 인추협의 입장이다.
고 대표는 “시급한 곳에 봉사자를 가장 빨리 파견하는 민간구조단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