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해진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꾸준히 실천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법. 지난 30년간 잘 드러나지 않아 지나칠 수 있는 현장을 누비며 구멍난 사회안전망을 메우는 봉사에 앞장서온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이사장 권성)의 활동에 공감해 본지도 함께 하고 있다. 신년을 맞아 이들의 활약상을 조명하며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지난해 터키 지진 현장에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가 급파한 민간구조대가 활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인추협)
“현장 자원봉사 노하우 국제적으로 공유하고파”
다양한 현장 경험 소유한 인추협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유족들이 우리 자원봉사자를 붙들고 안 놔주는 거예요.”
1500여 명이라는 사상자를 낸 사상 초유의 대형빌딩 붕괴사건. 지난 1995년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나자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이사장 권성)는 발 빠르게 ‘민간자원구조단’을 결성했다.

당시 삼풍백화점 인근에 위치했던 강남 성모병원의 병원장이 인추협 회장이었고, 현재 인추협 상임대표인 고진광 씨의 아내가 응급실 수간호사였다. 이런 배경으로 인추협은 유족과 기자들에게 사고 사상자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도 했다. 무엇보다도 아수라장이 된 사건 현장에서 목숨을 건 ‘민간자원구조단’의 희생은 무한 감동을 줬다.

고진광 대표는 “당시 삼풍백화점 붕괴현장과 사무실이 가까웠기 때문에 어쩌면 사고 현장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었다”며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너무도 긴박해 구조요원으로 활동했다.

이때부터 인추협도 재난 구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계기로 민간자원구조단은 재해극복범시민연합이라는 정식 이름을 달고 달동네 보일러수리·도배 등 소외계층을 위한 재해구호와 주거환경개선에 힘썼다.

그 결과 지난 2009년 1월에는 주거환경개선 5000가구를 돌파했다. 또 그해 전국 15개 시·도 자원봉사자 50만 명이 참여한 ‘제2회 전국자원봉사대축제’에서는 이들의 숨은 땀이 빛을 발했다. 자랑스러운 자원봉사자로 선정된 37개팀 가운데 명예의 최우수상을 받은 것.

▲ 지난해 발생했던 터키 지진현장에 급파된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의 민간구조대에 관심을 보이던 터키 지방언론에서는 인추협 활동을 신문에 게재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인추협)
이처럼 현장성을 중시하는 민간자원구조단 인추협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구호활동에도 발 벗고 나섰다. 최근 동남아 지진해일(2006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2008년), 일본 대형 쓰나미(2011년), 터키·뉴질랜드(2011년) 지진 사태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인류애를 펼쳤다.

국내외 대형사건 현장에서 묵묵히 활동해온 인추협의 고진광 대표는 “재난·재해 현장에서는 인명 구조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교통수단이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사람은 갈수 있기 때문에 구조단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 인구의 70%가 거주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심각한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지진·쓰나미 등 재난·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각국 정부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민간 차원의 범세계적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게 인추협의 입장이다.

▲ 지난 뉴질랜드 지진현장에는 인추협 민간구조대원이 가장 많이 참석할 수 있었는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항공의 후원 덕분이다. (사진제공: 인추협)
인추협은 그러나 그간 재난·재해에 대한 무관심으로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도 많았다. 지금까지 국제구호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대부분 자원봉사자의 자비로 감당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지난 2월 뉴질랜드 인명구조단 파견 시에는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할 수 있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항공에서 인추협의 뜻에 동의, 후원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고 대표는 “시급한 곳에 봉사자를 가장 빨리 파견하는 민간구조단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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