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기준
하늘

끝없는 바다
널 집어삼킨다.
이기지 못해
안달하며
버둥거리며
울부짖지만
돌아오는 목소리
허공에서 빨아들이고
눈을 감으면
따뜻한 눈망울
뭉클해지는
살아있는 힘
한 점의 조각으로
떠날 수만 있다면
▲ 그림: 이미숙
버림받고
팽겨 쳐지고
산산이
살점이 터져
핏방울
하늘·땅·바다를
덮을지라도
널 기다릴
말할 수 없는
하나 만을
남겨두고
그리움을
토해내야 한다.

-약력-
서정문학 시 부문 등단
서정문학 작가협회 회원

-시평-
나뿐 아니라 누구나 보이지 않는 그리움 하나씩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 사는 일이란 생각하면 그리움을 쌓고 가꾸어 가는 것, 2011년을 보내면서 고마운 분에 대한 감사의 그리움, 한 해를 뒤돌아보는 성찰의 그리움, 자신을 살펴보는 지혜의 그리움, 돈이나 명예보다는 맑고 아름다운 삶의 향기와 정갈한 생각을 그리워하자, 그리워하고 싶어도 그리워 할 것 없음은 영혼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그리워 할 것 있으면 부지런히 그리워하자.

그리움, 기다림, 사랑 같은 시어는 제재가 낡고 진부하다 여기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그리움, 확실한 기다림, 확실한 사랑을 갖고 있다면 독자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 시의 그리움은 하늘 땅 바다를 덮어 씌웠다. 비록 화려한 그리움은 없을지라도 ‘눈을 감으면/따뜻한 눈망울/뭉클해지는/살아있는 힘/한 점의 조각으로/떠날 수만 있다면’과 같이 쉽고 담담하게 그리움을 풀어내고 있다. 이 시에 가득한 그리움을 “사람의 향기”라 말하고 싶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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