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위나라 문후(文侯)는 나라의 재상을 뽑기 위해 이극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
“선생은 전에 나한테 이르기를, 가난한 집에 어진 아내가 필요한 것처럼 어지러운 나라에는 명재상이 필요하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지금 재상의 후보로는 위성자(문후의 동생)와 책황 두 사람이 있습니다. 두 사람 중에 어느 사람을 재상으로 등용해야겠습니까?” 이극이 대답했다. “신분이 낮은 자는 높은 분들의 얘기를 입 밖에 내지 않으며, 타인은 남의 집안일을 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신분이 낮으며 타인이기도 합니다. 대답을 올릴 수가 없습니다.”

그 말에 문후가 이극에게 사양하지 말라고 하자 “결코 사양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왕께서 직접 생각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인물 감정의 요점은 다음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불우했을 때 어떤 사람과 친히 지냈는가. 둘째, 부유했을 때 누구에게 나누어 주었는가. 셋째, 높은 지위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을 등용했는가. 넷째, 궁지에 몰렸을 때 올바른 짓을 하지 않았는가. 다섯째, 가난했을 때 욕심껏 재물을 탐하지 않았는가. 이러한 다섯 가지 조건을 놓고 인물을 고르면 됩니다. 제 의견 같은 건 굳이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자 문후는 무릎을 치며 “과연 좋은 말씀을 들려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 문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극은 자리를 떠났다.”

그는 궁궐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중에 책황의 집에 들렀다. 책황이 궁금하여 물었다. “조금 전에 우리 군주께서 선생을 불러 재상을 뽑는데 상의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누구로 결정될 것 같습니까?” 이극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위성자이겠지요.” 그 말을 들은 책황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알 수 없는 일이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위성자보다 못하지 않은데 까닭을 모르겠군. 서하의 태수 오기를 추천한 것은 나였고, 업 지방의 원성이 높아 군주께서 고민을 하실 때 서문표를 추천한 것도 나입니다. 중산을 공략할 때는 악양을 추천했고, 점령한 뒤 그 땅을 지킬 적임자가 없을 때 선생을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공자(公子)의 시종장으로 굴후부를 추천한 것도 나입니다. 이런 내가 어찌하여 위성자만 못합니까?”

그 말에 이극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아마 파벌을 만들어 자기가 높은 지위에 오르려는 속셈으로 나를 추천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있었던 얘기를 설명해 드리지요. 우리 군주께서 저에게 재상이 될 수 있는 인물은 책황과 위성자 두 사람인데 어느 쪽이 좋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군주께서 직접 결정하시라고 건의하고 인물을 감정하는 방법 다섯 가지를 말하였습니다.”

이극은 문후에게 말한 인물 고르는 방법 다섯 가지 그대로를 책황에게 들려주면서, 그 다섯 가지 조건에 맞추면 저절로 결론이 나올 터이니 자신의 의견 같은 것은 들을 필요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위성자가 재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라 했다. 이극은 말을 계속 이었다. “그렇다면 당신과 위성자는 누가 앞선 위치에 있습니까?” 하고 책황에게 물었다. 그가 대답을 바로 하지 못하자 이극이 다시 말했다. “위성자는 천종의 녹(祿) 가운데 9할은 남에게 주고 1할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동방의 인재라고 일컫는 복자하, 전자방, 단간목 등을 빈객으로 맞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 세 사람은 우리 군주께서 스승으로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추천한 다섯 사람은 모두가 우리 군주께서 보시면 신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당신과 위성자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앞서 있는가는 분명해질 것이 아니겠습니까?”

책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뒤로 물러나 이극에게 두 번 절하고 말했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제발 실례를 용서하시고 제자의 한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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