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삼성그룹 커뮤티니)

[천지일보=김예슬·장수경 기자] “전국기능올림픽대회와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우선 가장 큰 목표입니다.”

신묘년 마지막 달 20일 서울 중구 흥인동 성동공업고등학교 교정.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대거 빠져나간 시간대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기능인재반 학생들이 있는 실습실이다. 해당 종목의 기능 인재가 되기 위해 실습실마다 2~3명의 학생이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을 하며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씨엔씨 밀링 기술을 익히고 있던 강필종(18, 성동공고 컴퓨터 응용기계 경영과) 군은 “거의 쉬는 날 없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또래 친구들처럼 지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중에 큰 회사에도 취직하고 싶어 열심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미도 있어 더 전념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실습실에서 보석 깎는 작업을 하던 변아현(18) 양은 “보석 딜러가 되고 싶다.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는 게 중요한 이유는 내 가치를 높일 수 있고 나중에 사업체를 차리더라도 (메달을) 딴 것과 안 딴 것과는 차이가 많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능 강국’ 이미지 확고히 다져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 선수들은 1967년부터 2011년까지 총 17회 종합우승으로 국위선양을 하고 있습니다.”

기능인재가 되기 위해 국내 많은 학생들이 기술을 갈고닦고 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활약상(실적)은 눈부시다. 2년마다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 총 26회 참가, 17차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1997년부터 제41회 런던 국제기능올림픽 대회가 열린 2011년까지 종합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종목으로는 런던 대회 기준 모바일로보틱스, 자동차정비, 용접, 웹디자인, 실내장식, 타일, 귀금속 공예 등 46종이 있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나가려면 학생들은 지방 대회와 전국 대회를 거쳐야 한다. 아울러 국제대회에 앞서 약 6~8개월간의 합숙훈련을 갖는다.

대회 참가 목적은 기능교류를 통해 국내 기능수준을 향상시키고 직업훈련제도 및 방법 등의 정보교류, 국제무대에서의 우리나라 지위향상, 국제사회의 기능이 더불어 발전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에 부합한 성과들을 내고 있는 것이다.

산업인력관리공단 관계자는 “참가 목적에 맞게 세계 각국에 기능강국의 이미지를 부각해 한국 상품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으며 성공한 기능인의 모델 제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41회 런던 국제기능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학습훈련 장소였던 성동공고의 정규창 부장은 “자본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기술력이 우선시 됐다”면서 “일부 선진국들은 국가기반 산업과 제조업을 등한시해 경기흐름을 많이 탄다. 이에 최근에는 제조업이나 국가기간 산업을 보강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게 기능 인재반 아이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학생보다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많다. 평일뿐 아니라 방학 때도 계속 훈련을 한다. 자기와의 싸움이 필수적이라 힘든 길인데 열심히 해주는 학생들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면서 “지도 교사들도 학생들만큼 힘들기 때문에 사명감이 없다면 맡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제기능올림픽 한국기술대표인 서승직 인하대 교수는 “기능 선진국들을 제치고 기능강국으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은 산업화를 이루려는 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라면서 “대표선수들은 실력보다 학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 이공계 기피 현상이 만연한 분위기 속에서 신념을 가지고 이 길을 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국가 경쟁력이자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서울 중구 성동공업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한 학생이 국제대회출전을 목표로 보석을 깎는 연습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사회적 관심 필요 “중계도 가능해”
전문가들은 사회에 기여하는 기능인재를 육성하고 기능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먼저는 국가적 관심이다. 한 관계자는 “(스포츠)올림픽에는 국내 고위층들이나 유명인들이 직접 참석해 응원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많은 성과를 냈으나 동‧하계올림픽보다 국내 고위층의 관심이 덜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홍보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반짝 홍보가 아닌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기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 성동공고 정 부장은 “기능올림픽도 국가 이름을 걸고 나가는 대회인데 뉴스 등에서 잠깐 다뤄지고 마는 게 아쉽다”면서 “모바일 로봇 등을 방송에서 생중계하면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이런 부분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능올림픽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바 있는 한국교원대학교 이태욱 학장은 “홍보가 꾸준히 돼야 한다. 아울러 입시위주 사회다 보니 일반계 고등학교나 수능 등은 방송에 자주 나오는데 실업계나 특성화 고등학교를 소개하거나 격려해주는 프로그램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학장은 또 다른 홍보방법으로 특성화고 모범 수업 사례 영상 제작을 꼽았다.

그는 “특성화고 모범 수업 사례에 대해서 각 나라 자막을 띄운 영상을 만들어 외국에 알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능인재를 키워나가는 데 필요한 교육으로는 영어, 인성, 다양한 기초 교육, 국제 매너 부분 등이 강조됐다.

정 부장은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이어도 해외에서는 대우가 좋은 분야가 있다. 기회의 땅에 갈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청소년 시기부터 국제적인 매너와 의사소통 능력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성은 기능인이라면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부분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학장은 “해커는 화이트 해커와 블랙 해커로 나뉜다. 이처럼 기능인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사회와 지구 발전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인성’이란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 부장도 “학교에서도 기능인재반 학생을 선발할 때 인성을 많이 본다. 똑같은 칼도 강도와 요리사가 드는 것은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술자 우대 흐름 계속돼야
국내 흐름으로 보면 잘 진행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바로 ‘기능자 우대’나 기업에서 학생들을 육성하기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고 회사와 일대일 협약을 통해 맞춤형 교육을 해주는 ‘산업연계 맞춤형 인재개발’이다.

정 부장은 이제 막 온돌방에서 아랫목이 따뜻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에서 배울 점은 장인정신이다. 즉 기술자를 우대해 주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최근 기술자를 우대해주려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면서 “고졸 취업자와 대졸 취업자의 임금 차이를 줄인다면 무조건 대학을 가기보다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 쪽을 현명하게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능대회 종목 중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취업의 문이 좁다는 것도 기능인의 발목을 잡는 현실 중 하나이다. 일부 종목은 국제대회 전부터 이미 대기업에서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기능인들이 눈을 조금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가에서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자신의 기술을 응용해 관련 직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도 및 연결해주는 인프라가 형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부장은 “국제대회까지 나갈 정도의 인내와 끈기, 실력이면 어떤 일을 줘도 잘할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눈높이가 높은 것도 취업의 장애물이다. 이 학장은 “메달을 땄기 때문에 대우가 안 되거나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눈을 조금 낮추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부장도 “취업이 안 된다는 뜻은 대기업에서 안 뽑아 준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뽑아준다. 국제기능대회에서 메달을 땄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꺼리는 학생들도 있다”면서 “중소기업에 가서 인맥도 사귀고 나중에 업체를 차려서 운영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대기업에 가려고 하다 보니 자리가 없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 학장은 “인재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포츠를 예로 들 경우 우리나라에는 김연아가 있다. 그러나 김연아가 없다면 그만한 성과를 내줄 사람이 국내에는 소수이거나 없을 것”이라면서 “반면 미국은 가능성을 보고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기초교육을 튼튼히 해 조금 못 미친다 하더라도 실력을 갖춘 이들이 많다. 당장의 성과나 실력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며 인재들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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