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왕실의궤 환수의 주역, 문화재제자라찾기 사무총장 혜문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조선왕실)의궤가 돌아왔다는 것은 우리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의궤의 미술사적 가치 위에 일제강점기에 대한 일본 총리의 사과라는 역사적 가치가 더해진 만큼 이번에 돌아온 조선왕실의궤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 혜문스님은 “조선왕실의궤의 귀환보다 더 큰 문화재 반환의 사건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입을 열었다.

혜문스님은 조계종 중앙신도회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사무처장이자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으로 일본 궁내청으로부터 조선왕실의궤를 찾아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혜문스님을 비롯해 이번 조선왕실의궤 환수에는 그 어느 때보다 민간단체의 공이 컸음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중 유독 혜문스님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 궁내청에 반출 문화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의 그의 행보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든 해외로 반출된 우리의 문화재를 찾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그 결과 오늘의 우리는 100여 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조선왕실의궤와 왕실 도서를 눈앞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문화재적인 가치나 역사적인 가치로 의궤의 귀환보다 더 큰 문화재 반환의 사건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귀한 문화재가 왔음에도 국민적 관심이라든지 정부의 자세가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 조금은 유감스럽기도 합니다.”

사실 혜문스님이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해 해외로 반출되거나 강탈당한 문화재 환수를 위해 동분서주할 때 이를 향한 국민적 관심이나 정부의 도움은 미비했다.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궤 반환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조선왕실의궤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심지어는 ‘조선왕조실록도 반환받더니 이제는 실록을 담았던 궤(짝)도 찾아오는 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더라”라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던 그의 모습이 문득 생각나는 이유다.

그 과정이야 어찌됐든 이제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왕실 도서 총 150종 1205책이 그토록 그리던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혜문스님은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할 때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글귀를 적는다. 모든 것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 글귀처럼 그는 앞으로도 해외로 밀반출되거나 강탈당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우리의 문화재를 찾아오는 데 힘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혜문스님은 향후 ‘문화재 제자리 찾기’ 활동과 관련 ‘4대 목표’를 세웠다.

“앞으로는 보스턴 박물관에 소장된 라마탑형 사리구와 중국 여순박물관에 소장된 금강산 장안사 종, 일본 오쿠라호텔에 소장된 2기의 고려석탑 그리고 고종황제의 투구와 갑옷 등을 찾아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새해 벽두, 그의 호언장담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걸어온 길을 익히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이번 의궤 환수를 계기로 반출된 문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졌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