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을 기리며 전시회를 마련한 정인숙 사진작가가 작품옆에서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세월’ 사진전 통해 스승·동료인 故 김영수 선생 회고

[천지일보=김성희 수습기자] 최근 11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는 정인숙 사진작가는 흑백 사진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24년간 스승이었던 故 김영수 선생에 대한 헌정사진전으로, 그동안 배운 것을 토대로 작업하겠다는 그의 의지처럼 손대면 부스러질 것 같은 정물들을 사진에 견고히 담았다.

서울 청담동 갤러리 두 전시 현장에서 정인숙 사진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정인숙 사진작가와 일문일답.

-故 김영수 선생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1987년 4월 5일 식목일에 만나 24년간 스승인 동시에 동료로서 함께했다.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대학로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작업실에 나와 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좋다고 대답했고, 그때부터 사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선생님은 2010년에 암수술을 받고 다음해 5월 6일 작고하셨는데 마지막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 작업까지 동행했다.

-이번 ‘세월’ 故 김영수 선생 헌정사진전은 어떠한 의도로 준비했는가.
선생님 생신이 12월 24일인데 뭔가 해드려야겠다고 고민하다 작업실을 둘러보니 선생님이 생전에 인사동 노점에서 팔던 골동품 그릇들과 전시 후 버려지는 꽃을 가져다가 사진 속에 있는 것처럼 꾸미고 만들어줬던 선물들이 눈에 띄었다. 저걸 찍어 전시회를 열어야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그러면 선생님이 만드신 것은 그대로 남고 나도 사진으로 스승님께 바칠 수 있지 않겠나 싶었다.

-전시된 사진들이 실물이 아닌 그림 같은데.
어떤 사람은 그림자가 없다며 사진이 맞는지 물어본 이도 있다. 포토샵으로 보정한줄로 알더라. 촬영을 하면서 철저한 계산속에 자연광 라이팅을 사용했고 햇빛을 최대한 확산시켜 그림자를 없앴다.

-흑백 사진을 주로 작업한다고 들었는데 이번엔 칼라 사진이다. 특별한 이유라도있는가.
칼라 전시는 1991년 ‘어린이’라는 입양아사진전시 이후 두 번째다. 지금까지 흑백을 해왔기 때문에 차별화하고자 선택했고, 퇴색되고 정물의 빛바랜 느낌에 근접할 수 있도록 원색보다 무채색계열을 살렸다. 이번 작업을 하느라 공부도 많이 했고 처음 5개를 찍을 때까지 데이터를 내느라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나.
아니다. 이번에 쓴 카메라는 1년 반쯤 전 선생님이 사용하던 카메라 몇 대를 샵에 가서 바꿔 마지막으로 나에게 선물해준 니콘D3X로 작업했다. 이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한 작품 전시는 처음이다. 카메라도 의미가 깊다.

-전시를 마친 후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선생님의 90년대 작품들이 거의 미발표인데 정리도 하고 내 작업도 해야 한다. 번갈아 준비하려고 생각중이다. 그래서 故 김영수 선생 1주기 전시 후에 개인전을 할 계획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출강 중인데, 후학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영화나 방송 쪽으로 준비하는 제자들이라 동영상 작업이 많다. 동영상을 잘하기 위해선 스틸이 기본이 돼야 단단한 기초에서 시작할 수 있다. 금방 지치지 말고 끈기 있게 하길 바란다. 자신이 선택했으니 최소 10년 이상 할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 또한 예술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곧 고생길을 의미한다. 돈을 벌기는 힘들고 벌더라도 또 다른 예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예술가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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