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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용’ 이미지 ‘극과 극’… 임진년, 대변화 예고

[천지일보=강수경, 박준성, 손선국 기자] 2012년 임진년은 검은색을 뜻하는 ‘임(任)’과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합쳐져 60년 만에 오는 ‘흑룡의 해’다. 신라인들은 나라를 지키는 호국용을 탄생시켜 우리의 사상사에서 빛나는 호국정신의 극치를 이루기도 했다.

우리 민족은 연초가 되면 그 해 12간지의 특성을 살펴보며 한 해를 내다봤다. ‘띠’의 특성이 인간 세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간에는 올 흑룡띠 해에 여의주를 물면 대성할 인물이 태어난다고 해서 2세를 출산하려는 부부가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용띠 사람들은 건강하고 정력적이며 정직하고 용감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며 신뢰감이 두터운 성격인 반면, 고집이 세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21세기에도 띠별로 유명인의 특성을 살펴보거나 그 띠해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통해 미래를 예측해보는 일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선조들의 지혜를 얻는 방법으로 여겨진다.

동양에서 용을 신성시하고 숭배하는 것과 달리 기독교가 지배적인 서양에서 용은 ‘악’을 상징하는 영물로 매우 부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임진년 용띠해를 맞아 동․서양 종교 특히 경서를 중심으로 용이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올해를 어떤 마음으로 지내야 할지 종교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東洋] 부·명예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유교, 천지인의 덕 ‘용덕’이라 지칭

용은 고대로부터 동서양 문화권에서 고루 발견되는 상상의 동물이다. 기독교가 지배적인 서양에서 용이 부정적으로 표현돼 왔다면 동양에서는 용을 지혜와 권력, 명예와 부의 상징으로 숭배해왔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최고 지도자인 황제의 얼굴을 ‘용안’, 옷을 ‘용포’, 자리를 ‘용상’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동양의 용은 신의 단면이며, 우주의 지배자요 신들의 세계에 있는 동물로서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동양에서 주로 보는 용의 형체는 12지(支) 동물의 모양이 고루 포함돼 있다. 고대 중국의 창조 신화에 보면 4가지 유형의 용이 있다. 신들이 사는 하늘을 지키는 천룡(天龍)과 복장룡(伏藏龍), 수로(水路)를 다스리는 지룡(地龍), 비와 바람을 다스리는 신룡(神龍)이다.  

이 가운데 민간신앙에서는 지룡과 신룡이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이 두 용은 용왕으로 변해 사해(四海)에 살고 있으며 비를 뿌리고 어부를 보호한다고 믿었다. 일반적으로 용은 비늘이 있고 몸이 뱀처럼 생겼으며 뿔, 발톱, 4개의 다리, 크고 마력적인 눈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우리나라 민간신앙에서 용은 물을 지배하는 수신(水神)으로 추앙되면서 많은 용신신앙(龍神信仰)을 발생시켰다. 용왕굿, 용왕제, 용신제와 기우제의 하나인 토룡제 등이 그 예다.

안명호 유림총연합회 회장은 유교에서 바라본 용의 의미에 대해 “주역의 중천건괘 제1괘에서 용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며 “용은 심덕(心德) 곧 정신세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천지인 사상으로 볼 때 하늘의 덕(하늘의 살아있는 정신), 땅의 덕(지상만물 속 살아있는 정신), 사람의 인덕(성인, 영특한 사람)이 하나된 것이 ‘용’”이라고 설명했다. 안 회장은 “주역에서는 성인군자 같은 덕을 ‘용덕(龍德)’이라 한다. 이 용덕은 사람에게만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역은 경서가 아니라 민간에서 점을 치기 위해 사람들이 사용하는 매뉴얼의 일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동양 경서에는 용이 어떻게 만들어진 동물인지, 그 특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된 책이 없기 때문에 옛 성현들은 그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임의로 용에게 대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윤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는 “용은 예로부터 신화 속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왔다”며 “서양의 용은 퇴치의 대상이며 사악한 존재로 전해 내려오고 있으나, 동양의 용은 길상(吉祥)의 상징으로 가장 지혜로운 상상의 동물로 전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농경사회를 이루며 침략을 싫어하고 바른 것을 좋아했던 우리 민족은 거대하고 능력이 있으면서 화려한 용을 길상으로 여기고 싶은 바람을 담아 용의 의미를 풀이했다.

[西洋] 기독교 영향에 부정적 이미지 지배적
성경서 용, 사단 마귀 등으로 표현돼

동양과는 달리 서양에서는 용의 존재가 어떻게 생겨나게 됐고, 어떤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준 경전이 있다. 바로 성경이다.

서양에서는 이 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용을 악의 존재로 바라봤다. ‘드래곤(Dragon)’이라고도 불리는 서양의 용은 고대 그리스 문화 때부터 인간과 공존할 수 없는 악의 존재로 여겨져 왔다.

일례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용은 여러 괴수들의 어머니로 그려지며 이름은 ‘에드키나’이다. 에드키나는 오늘날 기독교에서 성경 맨 처음 등장하는 아담과 하와를 타락시킨 절대 악의 존재로 구전된다. 서양 만화나 영화 등에 등장하는 용이 처단해야 할 강한 적으로 비춰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는 재앙과 파괴를 일삼는 존재로 표현되기도 하며 소나 양을 주식으로 하지만 인육(人肉) 또한 즐긴다고 한다. 또 보물에 대한 탐욕도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페니키아 신화에는 ‘레비아탄’으로 등장하는데 코에서는 연기를, 입에서는 불을 내뿜고 그 크기는 눈앞을 지나가는데 4일이 걸릴 정도로 거대하다. 암수 한 쌍이 모든 생물체의 왕으로 군림하지만 후에 한 마리는 신의 손에, 다른 한 마리는 천사 미카엘의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처럼 구전되는 내용은 경서에 나오는 용의 의미에 사람들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이었다. 이는 성경에서는 용의 존재가 세밀하게 설명되고 있지만 아리송한 비유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성경 요한계시록에는 용을 가리켜 ‘옛 뱀이요 사단‧마귀’라고 기록해 용이 사단이나 마귀를 지칭하는 상징적 존재임을 표현하고 있다.

로드아일랜드 중앙한인교회 주원열 목사는 “성경에서 용은 마귀를 가리킨다. 이는 창세기 3장의 에덴동산에서 뱀의 몸을 입고 나타난 사단”이라며 “이는 아담과 하와를 유혹해 죄를 짓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전국 말씀대성회를 열며 인기를 모은 신천지예수교는 성경 이사야서의 내용을 들어 사단의 출현배경을 설명했다. 이지연 강사는 “이 사단이 바로 ‘용’으로 비유된 것”이라며 “계시록 18장에 따르면 마귀가 권세를 잡아 모든 세상 교회가 영적으로 마귀 편에 속하게 되는 때가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강사는 “그러나 계시록 20장에서 이렇게 영적으로 교회를 사로잡고 있던 용 곧 사단‧마귀가 마침내 사로잡히고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출현해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을 예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의 시기 임진년
기도하는 맘으로 깨어 있어야

2012년은 많은 이들이 지구의 종말을 예고한 해다. 이 때문에 내세를 믿는 종교인들이 올해에 갖는 관심은 특별하다. 마야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에서 끝나 이날이 실제 종말이 될 것인지도 세간의 관심사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직장인 1306명을 대상으로 ‘2012년 지구 종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2년 지구 종말이 올까’란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50.6%)만 ‘종말은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절반은 지구에 종말이 올 것이라 믿는다는 얘기다.

서양에서는 9.11테러 등을 예언한 쥬세리노 노부레가 다 루스가 올해를 ‘검은 연기의 시대’라고 표현하며 인류가 멸망한다고 예언했다. 노스트라다무스도 2012년을 종말의 해로 예언했다고 전해진다. 동양의 예언서 ‘송하비결’은 2012년 흑룡의 해는 태평한 가운데 푸른 산에 집이 있는 곳에서 대인은 피하고, 군왕은 임시 거처로 가는 것이 좋다고 예언했다.

일반적으로 기독교 목회자들은 말세를 ‘예수가 다시 오는 때이자, 지구가 멸망하는 때’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때에 핵폭탄 등을 사용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신천지 말씀대성회에서 ‘주 재림과 말세의 징조’를 주제로 강연했던 신천지예수교 이만희 총회장은 당시 “성경에 기록된 세상 끝은 지구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패한 세상 교회의 끝이자 새로운 교회의 시작을 뜻한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종교적인 주장을 떠나 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 주요국 지도자가 바뀔 예정이며, 하계올림픽을 비롯해 주요 국제 행사가 즐비하다.

역사적으로 1592년 임진왜란은 조선의 전기와 후기를 가르는 분기점이 됐다. 임진왜란 때로부터 500여 년이 지나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다시 맞는 임진년은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이 우뚝 선 해로 기록되길 희망해 본다.

이 시점에 많은 종교지도자들은 과거와 같은 악재가 다시 이 나라에 도래하지 않도록 한마음으로 깨어 기도할 것을 세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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