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 손 꽉잡고 귀엣말도…자신감·친근함 과시

(서울=연합뉴스)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첫 공식활동에서 `인민들'과 활발한 스킨십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4일 연합뉴스가 김 부위원장의 지난 1일 `근위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 방문 장면을 담은 조선중앙TV의 13분짜리 기록영화(3일 저녁 방영)를 분석한 결과, 김 부위원장의 얼굴에서는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도기간에 눈물을 수차례 훔쳤던 슬픔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제105탱크사단 방문은 김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30일 최고사령관에 오른 뒤 김 위원장 추도와 무관하게 벌인 첫 단독 공식활동이다.

잿빛 인민복 차림으로 군부대를 찾은 김 부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떠올리게 했다.

탱크사단에 도착해 현지 지휘관의 영접을 받을 때부터 장병과 기념촬영할 때까지 시종일관 환한 얼굴에 자신감 있고 여유로운 태도가 느껴졌다.

부친의 그늘에서 벗어난 첫 공식활동임에도 머뭇거림이 전혀 없었고, 부대 내 혁명사적교양실과 연혁실에서는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등 수차례 밝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또 측근인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곁에 두고 군 지휘관들에게 손가락으로 무엇인가 가리키며 지시하거나 손을 힘차게 올렸다가 내리는 등의 몸짓을 보였다.

이런 자신감 있는 제스처는 친근한 이미지도 끌어냈다.

그가 부대 장병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을 때 자신의 양옆에서 눈물을 흘리는 지휘관 2명을 다독이며 손을 꽉 잡아주는 장면도 포착됐다.

김정일 위원장도 과거 군부대나 기업소, 공장 등에서 기념촬영을 할 때 가끔 옆 사람과 팔짱을 끼는 경우가 있었지만 김 부위원장처럼 적극적으로 먼저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인 것은 흔치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장병과 진지하게 귀엣말로 대화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또 그는 내무반 마룻바닥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태양열 설비를 갖춘 목욕시설에 들어갔으며, 장병이 이용하는 식당에서는 직접 조리용 간장의 냄새를 맡아보는 세심함도 보였다.

조선중앙TV 아나운서도 "시간이 퍽이나 흘렀다는 보고를 들으시고도 식당은 다 돌아보아야 한다고 하시며 밥 먹는 칸에 들어서신 최고사령관 동지"라고 칭송했다.

제105탱크사단 장병은 박수를 힘차게 치면서 큰 목소리로 "김정은"을 연호하기도 했다.

김 부원장이 이처럼 친밀한 모습을 `연출(?)'한 데는 인민을 위해 헌신하고 그들과 호흡하는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일반 주민과 군인들 사이에 부친보다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권위적 카리스마보다는 포용력 있고 따뜻한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 충성심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김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현지시찰에서 주민이나 군인들에게 친근하면서도 당당한 이미지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앙TV가 김 위원장의 군부대 방문 이후 불과 이틀 만에 기록영화를 신속히 제작해 방영한 것도 권력의 조기 안착과 민심 확보를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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