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랑 꼭두박물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개관 2주년을 향해가는 김옥랑 관장의 각오를 듣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꼭두란 전통 상례문화에서 사용됐던 나무 조각품을 말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망자(亡子)를 묘지까지 운반할 때 상여의 둘레에 꼭두를 배치했다. 이때 꼭두는 망자의 영혼을 잡귀로부터 수호하고 죽음을 위로하는 역할을 했다.

꼭두박물관 김옥랑 관장은 30년 전 골동품 가게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이 꼭두를 처음 접한 뒤 지금까지 애지중지 모아왔다. 꼭두에 우리나라의 전통 상여문화가 담긴 것은 물론 한국인의 정신과 철학이 담겨 있다고 판단한 김 관장은 꼭두가 지닌 문화적 가치를 되살려 전통문화의 하나로 복원했다.

꼭두를 통해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있는 김옥랑 관장과 신년을 맞이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옥랑 관장과 일문일답.

Q. 꼭두박물관이 개관 2주년을 향해 가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스스로 평가한다면.

- 벌써 그렇게 됐나 싶다. 2010년 4월에 개관하고 나서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2년이 다 돼간다. 박물관을 개관한 것은 단순히 컬렉션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꼭두가 지닌 가치와 의미를 우리의 삶 속으로 가까이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꼭두는 문화콘텐츠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한 다양한 전시를 개최해 우리 박물관만의 색깔을 공고히 하는 데 중점을 기울였다. 박물관 내에서만 벌써 6번째 기획전시를 치러냈고, 모두 대관이 아닌 꼭두를 모티브로 한 자체기획전이었다.

Q. 현재 열리고 있는 지화(紙花) 전시는 꼭두와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

이번 지화전은 꼭두를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종이꽃이라는 한국전통문화를 재발견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간 소중한 가치를 되살린다는 점에서 꼭두박물관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꼭두와 연계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꽃과 연관된 꼭두를 모아 따로 전시 코너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Q. 꼭두의 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내가 발견한 이 꼭두는 먼지구덩이 속에 버려져 있던 것들이었고, 만약 내가 모으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 줌의 재로 사라졌을 물건들이다. 돈이 있어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다. 소외되고 버려진 것들의 존재가치를 발견해내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문화의 힘이자 쉽게 얻을 수 없는 유산이다. 나는 꼭두를 통해 이를 경험할 수 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꼭두는 다른 문화재 못지않게 훌륭한 역사적, 문화적 유산이다. 전통상여를 장식했던 목조각인 만큼 한국전통문화에서는 빠질래야 빠질 수가 없는 부분인 것. 꼭두에는 시대를 알 수 있는 복식도 반영이 돼있고, 무엇보다 당시 삶의 철학이 녹아 있다. 더구나 특유의 예술성까지 갖춘 민속품이 바로 꼭두다. 죽음과 연관된 오브제이지만 꼭두가 지닌 활기와 역동성은 죽음이 끝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꼭두는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죽음과 삶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이야기하는 존재다.

▲ 박물관 내 전시된 꼭두 ⓒ천지일보(뉴스천지)

Q. 꼭두박물관이 개관하기 전에 먼저 미국에서 전시를 했다. 반응은 어땠는지, 그리고 앞으로 해외전시 계획도 있는지.

-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해외전시를 시도한 것이 국내에서의 꼭두 알리기 활동에 큰 활력이 된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들이 꼭두의 매력과 가치를 인정했다는 사실은, 한국인들에게도 꼭두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면이 분명 있다. 미국전시는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협력해 3년 동안 미국 6개주를 순회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의 꼭두: 또 다른 여행길의 동반자’展이란 타이틀로 2007년 7월 뉴욕에서 시작해 2010년 11월 LA에서 마무리가 됐다. 첫 뉴욕 데뷔전부터 뉴욕타임즈와 저팬타임즈에 소개되면서 이례적 소재의 전시로 호평을 받았고, 순회도시마다 각 지역신문의 1면을 장식하면서 지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여러 문화권이 혼합돼 있는 미국 땅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꼭두를 통해 한국인의 철학과 미의식을 세계에 알리려는 시도는 늘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한 중국 내 전시개최를 열심히 추진 중이다.

▲ 꼭두박물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Q. 마지막으로 본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그간 전시를 기획하고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해왔다. 이렇게 달려온 덕에 꼭두박물관이 대학로의 대표적인 이색박물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본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꼭두라는 한국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을 알게 된 관람객들이 점점 늘어간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전통이 없으면 현재는 물론 미래도 없다. 꼭두박물관은 늘 그러했듯 2012년에도 ‘전통의 현재적 재창조’를 화두로 삼아 문화유산 ‘꼭두’가 현대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새해에는 우리 전통문화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주시고, 박물관에 발걸음도 자주 해주길 부탁드린다. 아울러 천지일보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언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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