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내리 4권의 시집을 낸 양애경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의 심상은 단순한 감정의 상처와 치유에 대한 관념을 넘어 외부현실에 대한 관심과 연민으로 확장된다.

시인은 내면의 상처를 보듬는 데서 머물지 않고, 스스로 약자의 자리에 앉아 세상과 소통하며 서로의 고통을 나눈다. 시 ‘4월에 살아있다는 것’을 통해 시적 자아는 나무 안에서 서로의 빛깔을 결정짓는 관계의 마법을 보여준다. 마음 씀씀이에 따라 햇볕이 들어오고 그늘이 비치는 묘한 인생살이의 진리 속에서 ‘4월’에 갇힌 군상의 방황을 허허실실 털어놓고 있다.

<4월에 살아있다는 것>

4월의 야산은 수십 수백 가지의 초록색이다
나무마다, 가지마다, 햇빛 쪼인 쪽과 그늘과,
가지 사이로 빛이 그물 친 곳
밝고, 진하고, 어둡고,
빛이 들고, 그늘져서 공기에 흔들리고…
노란빛, 붉은빛, 다갈색, 하얀색이 섞여
모두 다른 빛깔인 초록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 내가 있다
조금 더 붉고, 노랗고, 하얗고, 어둡고, 밝은
슬프고 기쁘고 아프고 권태롭고 선하고 좀 악한
사람들 속에
아주 다르지 않은 내가 있어

아, 다행이다
올해 4월에
내가 살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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