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38분 앞두고 늑장처리..민주, 표결에 불참

(서울=연합뉴스) 18대 국회가 2008년 이후 4년 연속 예산안 합의 처리에 실패해 `불통 국회'라는 역사적 오명을 남기게 됐다.

국회는 새해를 불과 38분 남겨둔 31일 밤 11시22분 내년도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이 론스타 국정조사 도입에 합의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표결에 전원 불참해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등 민주통합당을 제외한 의원들로만 예산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의 데드라인인 이날 합의처리를 도출하기 위해 5~6차례 원내대표 간 접촉을 가졌지만 막판 쟁점인 론스타 국정조사에 가로막혔다.

민주통합당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ㆍ매각하는 과정에 금융당국의 부실ㆍ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 실시나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론스타 청문회를 먼저 실시한 뒤 필요할 경우 국정조사 도입을 논의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민주통합당은 이 제안을 거부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예산안 합의처리에 응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민주통합당이 론스타 문제에 강한 집착을 보인 것은 야권 통합에 합류한 한국노총 측이 론스타 국조 도입을 완강하게 요구하면서 한나라당의 수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통합당이 밤 10시45분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일각에선 예산안 합의처리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민주통합당은 이미 합의처리에 미련을 버린 상태였다.

본회의장 입장에 앞선 의원총회에서는 론스타 문제가 풀리지 못할 경우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예산안 표결 전 반대토론에 나서 론스타 국정조사 도입을 요구했지만 박희태 국회의장이 토론 종료 후 예산안 표결에 나서자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모두 본회의장 뒤편으로 몰려가 표결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예산안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의 표결에는 응하는 전략을 취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본회의에서 예산안만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하지 않자 차수까지 변경해 1일 새벽 1시1분까지 나머지 안건도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의 경우 한나라당이 소득세 과표 최고구간에 `3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38%로 올리는 내용의 `부자증세' 법안 수정안을 내놓자 민주통합당은 최고구간을 `2억원 초과'로 설정한 자신의 수정안을 제시해 표결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의 수정안대로라면 적용대상이 너무 협소해 부자증세 취지에 맞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표결에서 밀려 결국 한나라당 수정안이 채택됐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은 수정안 표결 전에 반대토론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표결 후 연설대에 올라 "한나라당의 그 못된 버릇이 언제부터 시작됐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국회는 김용덕ㆍ박보영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했지만 민주통합당 추천 몫인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은 안건에 포함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다수가 조 후보자의 이념적 성향을 문제삼아 부적격 판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표결을 실시할 경우 선출안이 부결될 수 있다는 민주통합당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법 문제도 이날 여야가 끝없는 실랑이를 벌인 쟁점이었다.

여야 간 합의점 도출에 실패하자 본회의가 시작될 때 미디어렙법은 처리 안건에서 제외됐지만 민주통합당이 기존 요구조건에서 일부 후퇴하더라도 법안만은 처리하자고 입장을 선회해 상임위 소위 회의가 재개됐다.

그러나 본회의가 한참 진행중인 상황에 소위가 열리는 바람에 결국 미디어렙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연내 입법을 완료한다는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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