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문제를 놓고 데드라인인 31일까지도 극심한 진통 속에 어수선한 모습을 연출했다.

여야는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해 본회의 개회 자체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와 민주통합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 여파로 국회가 지난 20일에야 정상화되는 바람에 여야가 예산은 물론 상임위별로 밀린 숙제를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 때문이다.

예산안의 경우 농협 구조개편에 따른 지원방법이 변수로 등장했지만 결국 타협점을 찾았다. 농협중앙회 차입금에 대한 이자차액 보전금 1천500억원을 유지하는 대신 정부의 내년도 농협 현물 출자금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국회 정보위는 오전까지만 해도 국가정보원 예산을 비롯한 특수활동비 관련 예산안에 대한 심사조차 착수하지 못했지만 오후 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75억원을 삭감하는 선에서 `초스피드' 심사를 끝냈다.

그러나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 도입 문제는 민주통합당이 1개 렙에 2개 이상 방송사가 투자하도록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장은 법 처리를 하지 말자는 뜻"이라며 난색을 표시했다.

민주통합당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ㆍ매각하는 과정에 금융감독당국의 부실ㆍ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규명하기 위한 감사원 감사 요구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수용불가라고 맞섰다.

본회의 안건처리 순서를 놓고도 기싸움이 벌어졌다. 민주통합당은 자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먼저 처리한 뒤 예산안을 마지막에 다루자고 주장하지만 한나라당은 `선(先) 예산안 처리'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조 후보자 선출안이 부결될 경우 민주통합당이 이후 안건 처리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처리한 뒤 조 후보자 선출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쟁점 타결이 늦어지면서 본회의가 밤 늦게 개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는 이날 예산안 외에 김용덕ㆍ박보영 대법관 임명동의안, 조 재판관 선출안도 처리한다.

또 여야 의원 52명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하나 더 신설하는 부자증세,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를 도입하기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수정안 형태로 본회의에 올려 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당론을 정하기 위해 의총을 2번이나 개최했다.

민주통합당은 쟁점이 해소되지 못하면 예산안 합의처리가 어렵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 자칫 예산안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날 중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한다면 정부가 사상 초유의 준예산을 편성하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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