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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풍경이 바뀌고 있다
훈훈한 자원봉사 송년회 여는 기업들 늘어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 뜻 깊은 송년회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송년회 풍경도 바뀌고 있다. 으레 ‘흥청망청’ 술자리를 떠오르기 십상인데 최근 어려운 이웃과 온정을 나누는 ‘착한 송년회’가 새로운 연말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봉사활동 펼치는 ‘이색 송년회’인기
먹고 마시는 회식 송년회보다 소외 이웃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는 이색 송년회로 대체하는 단체들이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수혜자와 봉사자를 연결해주는 자원봉사센터에도 반영됐다.

서초구자원봉사센터에서는 지난 7~21일까지 ‘2011 자원봉사 송년회’를 기획했다. 올해 4번째를 맞는 자원봉사송년회에는 치매 어르신을 찾아 캐럴도 부르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과 게임 등을 진행하는 ‘찾아가는 송년파티’, 저소득층 아동이나 장애인과 삼삼오오 우리 문화를 체험해보는 ‘연말 도심투어’, 홀몸 어르신을 위한 ‘겨울용 목도리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서초구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의 경우 모집하자마자 90% 이상이 마감될 정도로 기업이나 단체에서 문의가 많았다. 또 모집 인원이 마감됐는데도 문의는 끊이지 않았다. 특히 다수의 집단보다는 소규모로 이뤄지는 자원봉사가 주를 이뤘다.

지난 17일 토요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주)디에이치엘 코리아 본사 사무실. 휴무일인데도 오전 9시부터 20여 명의 직원들이 분주하다. 못다 한 업무를 마치기 위함이 아니다. 옹기종기 모여 바느질에 열중하고 있었다. 구내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목도리를 뜨고 있었던 것.

“사실 목도리를 뜬다고 해서 망설이긴 했어요.”
“한 해를 바쁘게만 보내진 않았나 싶었는데… 의미 있는 자리에 나오길 잘했네요.”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소속 지도 교사가 목도리 만드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자 직원들은 의욕 넘치게 목도리를 뜨는 데 열중했다. 서툴지만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바느질을 해서 목도리를 완성했다. 또 컴퓨터에만 익숙하던 손으로 직접 펜을 들고 카드에 글을 남겼다.

원종하 부장은 “송년 회식보다 스스로도 만족스럽고, 기업 차원에서도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원봉사 송년문화는 계속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부 직원 중에는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한운석 부장은 두 딸과 함께 목도리를 만들었다. 한 부장은 “회사 동료들은 물론 가족과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내게 됐다”며 기뻐했다. 그는 또 술 먹는 송년회보다 ‘자원봉사 송년회’에 대한 가치를 경험담을 빗대어 설명했다. 한운석 부장은 “남을 도울 수 있는 시간이지만 팀워크도 향상된다”면서 “부장과 직원, 직원과 직원들 간 유대감이 높아지는 한편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는 일석삼조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두석 인사본부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박 인사본부장은 “술자리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보내는 송년문화가 최근 추세”라며 “회사에서 꾸준히 봉사활동 기회를 제공하다 보니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내년에도 모범적인 직원을 선정할 때 이 ‘봉사활동’ 부분이 반영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자원봉사를 지도한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신은희 과장은 “4년 전만 해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가 어려웠다”면서 “기업에서 회식문화가 익숙하다 보니 연말에 바쁜데 자원봉사까지 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확실히 달라진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우리 사회에 ‘나눔’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고 본다”며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업에서도 자원봉사 활동을 권고하면 참여자가 적극적으로 나서다 보니 이런 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년 자원봉사 프로그램 다양
강동구자원봉사센터에서도 관내외 기업들과 함께하는 ‘봉사 송년회’를 기획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강동구자원봉사센터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자원봉사에 나설 수 있도록 주선해주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야심차게 운영해 오고 있는 ‘기업봉사365’ 프로그램.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기업을 모집해 지역의 어려운 소외계층과 연계해 기업에 적합한 봉사활동을 소개해주고 있다.

강동구자원봉사센터 신우철 사무국장은 “자원봉사 송년회를 보내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봉사활동 문의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구자원봉사센터에서는 복지시설 청소, 식사 조리 등 노력봉사를 비롯해 저소득 가정 어린이와 토요 여가 활동 함께하기, 홀몸노인을 위한 집수리, 의료봉사, 장애인 동행 나들이 등 기업의 봉사활동 여건에 맞는 다양한 분야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트위터 등 온라인 이웃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의미 있는 오프라인 모임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중구 적십자봉사관에서 솔솔~ 고소한 빵냄새가 새어 나왔다. 대한적십자사 블로그 이웃과 서울시 블로그 이웃 등 20여 명이 제빵봉사에 나선 것. 블로거들은 날이 날인만큼 제빵용 모자 대신 산타 모자를 착용하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들었다.

이날 모임을 인솔한 주희조 적십자사 제빵봉사 담당자는 “적십자 블로그를 통해 자원봉사를 문의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제빵봉사는 참가비를 내야 하는데도 1년 내내 스케줄이 꽉 차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흥청망청 송년을 보내기보다 나눔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든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신당동의 공부방 어린이들에게 전달됐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연말 송년회를 헌혈로 대체하는 ‘헌혈 송년문화 조성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동절기(12~2월)에는 혈액이 부족한 시기여서 송년문화를 헌혈 참여 분위기로 활용하면 의미 있는 송년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취지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서는 26일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헌혈 송년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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