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재 사무총장 ⓒ천지일보(뉴스천지)

“18대 국회는 부끄러운 ‘꼴등 국회’”

정치권 자정능력 상실
“잘못하면 회초리 쳐야”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매번 반복하는 폭력국회의 모습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폭력에 관용적인 부분을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국회는 행동강령이나 운영 내규 등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무총장은 또 “정치를 더러운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여의도를 국민의 섬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이 잘못하면 야단을 치고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폭력국회가 재현됐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제도이다. 국민이 직접 나서서 의견을 표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회를 구성해서 국민의 대표를 뽑는다. 이곳에서 논쟁하고 합의하라는 것이 대의민주주의 제도다. 한미 FTA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미 제도정치권의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대통령제는 임기가 보장된 대로 지지고 볶고 언성을 높이든 간에 잘 합의해서 운영하라는 제도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하는 ‘아바타’라고 하는데, 국민이 폭력적인 ‘아바타’를 뽑은 적이 없다.

-이번 18대 국회를 평가해 본다면.

우리나라 헌정사 중 꼴등 국회다. 1대부터 18대까지를 보면, 최소 3회 이상 예산 날치기를 한 적이 없었다. 18대 국회에서 해머가 등장하고 주먹으로 치며 최루탄이 등장한 사례는 재헌 국회 이후 최초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네 주장을 굽히지 말라, 다만 네 주장을 펼 때는 뒷짐을 지라’고 교육한다. 우리 사회는 폭력을 수반해서라도 자기주장을 관철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필리버스터법 등의 법제화가 ‘폭력국회’를 막는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내규나 국회의 행동강령과 문화가 중요하다.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국회의원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닌 방식으로 한 적이 있는가. 외국의 경우 폭력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의 청렴에 대해 행동강령을 만든다. 운영 내규도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우리 국회는 세부적인 내규가 없다. 국회의원 스스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법으로 규정된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보지만, 국회에서 다시 한 번 행동강령이나 운영 내규를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이나 국민의 의식적인 부분에서 문제점은 없는가.

정치는 그 사회의 거울이다. 우리나라는 폭력에 관대한 사회이다. 대통령제는 국회와 대통령 간의 결혼관계로 봐야 한다. 결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부부간에 잘 타협해 보라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폭력을 용인한다면 부부간의 폭력을 용인하는 것과 같다. 폭력에 관용적인 부분을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민의를 대변하지 못한 사람을 바꾸는 방식이다. 도끼를 들었던 자, 최루탄을 들었던 자, 주먹을 날렸던 자는 다음 선거에서 철저히 낙선시켜야 한다. FTA를 보더라도 모든 법안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FTA 법안이 문제가 됐다. 이 하나의 법 때문에 수백 개의 민생법안과 예산안의 발목이 잡혔다. 대의민주주의를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일 사안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호주의 경우 개헌안을 공론조사를 거친 적이 있다. 내각책임제를 대통령제로 바꾸는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한 게 아니라 단일사안을 떼서 국민의 공론조사를 거쳤다. 이는 시민단체나 전문가가 나와서 끝장토론을 하는 방식이 아니다. 추첨식 민주주의로 무작위로 국민을 선출해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교육시켜서 공익을 한 번 논의하라는 것이다. 이제는 대의민주주의가 한계에 봉착했다.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집어넣어야 한다.

-안철수 바람이 몰아치면서 기존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졌다. 이러한 불신의 벽을 깰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여야가 공멸의 위기에 대한 경고를 제기하는 국민의 생각을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의도’의 뜻을 풀어보면 ‘너의 섬’이다. 옛날에 이곳이 모래땅이어서 ‘여의도는 너나 가져라’라는 말로 농담이 돼서 너의 섬이 됐다. 대의민주주의가 ‘고립된 섬’ ‘그들만의 리그’가 돼야 하겠는가. 국민에게 다가가고 함께하는 곳이 돼야 한다. 잘못하면 회초리를 치고 야단을 쳐야 한다. 정치를 더러운 것으로 치부하는 게 아니라, 여의도를 국민의 섬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 곁으로 다가가는 섬이 돼야 한다.

-19대 국회가 지향해야 할 모습은.

국회의원은 대통령과 동일한 권한이다. 290여 명의 또 다른 대통령이다. 내년 총선에서는 자질과 능력, 정책 대안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재선하려는 국회의원에 대해선 18대 국회의 성적표를 봐야 한다. 유권자는 국회의원의 행위를 잊지 않고 선거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크게 회초리를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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