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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기능 상실… 유권자가 심판해야”

물리적 충돌 매번 되풀이
최루탄까지 등장 ‘경악’

폭력 방지법은 ‘쿨쿨’
외국 사례 본받아야

[천지일보=임문식·송범석 기자] 전기톱과 해머, 소화기에 이어 최루탄까지….
그동안 ‘민의의 전당’에 등장했던 ‘무기’들이다. 이른바 ‘폭력국회’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지난 2008년 출범한 18대 국회는 연이은 몸싸움 사태로 얼룩지면서 선진 의회민주주의를 이루겠다던 다짐을 무색케 했다.

출범 첫해인 2008년 1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직권상정 과정에서 등장한 해머와 전기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이듬해 7월엔 미디어법 강행처리로 여야 간에 몸싸움이 한바탕 벌어졌다. 지난해 연말엔 새해 예산안을 두고 극심한 충돌이 발생했다. 올해 11월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당시에는 사상 초유의 최루탄 투척 사건이 ‘폭력 국회’ 시리즈의 정점을 찍었다.

폭력 사태는 매년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회의장 점거→직권상정→강행처리 시도→물리적 충돌→야당 장외투쟁. 이런 식의 물리적 충돌이 되풀이됐다. 물론 충돌 사태의 원인을 보는 시각은 여야가 다르다. 여당은 야당의 물리적인 표결 저지와 점거 농성에, 야당은 여당의 강행처리와 직권상정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 폭력 방지법과 국회 선진화 방안은 수년째 잠자고 있다. 폭력 방지법은 국회 내의 폭력 행위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국회 몸싸움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던 직권상정을 방지하기 위한 신속처리제(Fast Track)와 필리버스터(Filibuster)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범래·차명진·정미경 의원 등이 발의한 해당 법안들은 지금까지 상임위에 계류된 채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내년엔 사실상 총선 준비 체제로 들어가는 만큼 법안 처리가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이지만 국회 폭력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폭력 행위로 기소된 의원들이 받은 처분은 벌금형이 고작이다.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몸싸움 관련 징계안 중 본회의에 오른 것은 현재까지 단 한 개도 없다. 윤리위에 회부된 징계안은 15~16건에 이르지만, 처리된 것은 4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모두 철회로 처리됐다. 나머지 징계안들은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묻힐 운명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실장은 국회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에 대해 “국회 폭력이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국회의원의 의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국회 폭력이 발생했을 때 국회에서 제명 수준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시정하려는 자정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 폭력에 대해 사법부도 솜방망이 처벌로 국회의원의 행동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며 “결국 기댈 것은 유권자의 심판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시변 이헌 변호사는 “서로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인데, 폭력을 수반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폭력을 수반하는 자기주장은 정당성을 잃는다는 게 의회주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른 나라 의회에선 폭력국회를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물론 우크라이나,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 몇몇 의원이 동료의원의 목을 조르거나 난투극을 벌여 이슈가 된 적은 있지만, 최루탄이 터지거나 해머가 등장한 적은 없었다.

미국 의회에서는 소속 의원을 비방하거나 모독하는 행위를 엄하게 처리하고 있다. 미 의사당에선 의장석에 허락 없이 올라서면 곧바로 구금된다.

이와 함께 의원이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하면 ‘견책’ 조치를 주고, 이 조치를 받은 의원은 상임위원회나 소위원회의 위원장이 될 수 없도록 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도를 넘어선’ 행위를 하면 법률 적용 이전에 동료 의원들의 탄핵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다. 프랑스와 영국 역시 ‘국회폭력’이나 ‘의회모욕’을 엄중히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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