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종교부특별취재팀] 높은 도덕성과 사회적 덕망이 요구되는 종교계지만 올 한해 종교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한기총 금권선거, 종교편향, 교회재산 사유화 등 온갖 불법과 내홍이 난무한 가운데 그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빛과 같은 희소식도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2011 종교 이슈 TOP10’을 통해 살펴보자.

1. 금권선거·횡령 등 온갖 불법 난무 ‘한기총’

국내 개신교 대표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대표회장 금권선거로 한없이 추락했다. 올해 초,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으로 당선된 길자연 목사가 금품수수로 불법선거를 자행했다는 사실이 수면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다수 회원교단 목사가 그동안 암암리에 금품을 받아왔음이 드러났다.

이에 회원교단·신학교·기독단체 등은 “한기총이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일부 회원교단 목사들은 금품수수를 자진 고백하면서까지 법원에 길 목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대표회장 직무대행은 합법적 절차에 따라 정관을 개정하고 물러났지만, 복귀한 길 목사가 다시 이전 정관으로 복구했다. 인준 후에도 한기총은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지목한 다락방전도총회를 정통으로 인정해 배후에 금품이 오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횡령 등 불법 재정 운영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2. 신천지, 매년 30% 성장… 기성교회에 경종

기독교 신흥 종단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날로 급성장해 국내 종교계 역사의 한 획을 그을 기세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해 12월에 공개한 ‘2010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수치가 전년도보다 14.9%나 증가한 48.4%로 나왔다. 이는 개신교 성장률이 점점 감소하고 있음을 뜻한다.

반면 신천지는 매년 3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기성교회가 갖지 못한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눈길을 끈다. 신천지는 올해 서울을 기점으로 말씀대성회를 개최해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울산 전주 등 전국을 순회하며 말씀을 선포했고, 인터넷생중계, 모바일생중계 등을 통해 전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이에 기존 교회에서는 듣지 못한 전무후무한 계시록 실상 설교를 듣고 입교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6000명의 수료식이 거행돼 신천지의 성장력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3. 개신교계 ‘이단 논쟁’ 파문 확산… 갈등의 골 깊어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이단대책위원장 최삼경 목사를 ‘가장 심각한 이단’으로 지목하며 한국교계에 이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기독교 교리 및 사상에 위배되는 ‘삼신론’과 ‘월경잉태론’ 등을 주장한 최 목사를 한기총은 명백한 이단으로 규정하며 통합 측과 이단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한기총 핵심인사 4인방 중 박중선 목사가 이단 규정 단체와 깊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교계 언론의 보도가 나와 한국교계 주요교단들이 이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예장개혁총회(조경삼 목사)가 개신교에서 이단으로 지목한 다락방(류광수 목사)을 영입해 논란이 일었다. 다락방 영입과정에서 예장개혁 측은 찬반으로 갈려 조경삼 목사에게 다락방 영입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등 교단이 분열되는 상황까지 치달았고, 상황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4. 개신교계, 이슬람 채권법 ‘스쿠크법’ 도입 반대

 

 

올해 상반기 교계는 스쿠크법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개신교계는 이슬람 채권법을 가리키는 이 스쿠크법을 강하게 반대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대통령 하야’ 발언 등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슬람 채권법) 문제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스쿠크법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중동의 오일 머니를 국내에 유입하기 위한 방편으로 논의됐다.

하지만 기독교계는 무슬림의 증가에 따른 국내 세력화, 투자 이익이 중동 무장 세력에 유입될 것 등을 경계해 반대했다. 스쿠크는 이슬람 채권을 가리킨다. 율법을 지키는 무슬림은 돈을 빌려줘도 이자를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배당을 통해 이익을 나눈다. 우리나라에서는 배당과정에서 많은 양의 세금이 발생해 이들의 투자가 어렵다. 이에 세금감면혜택을 주고자 한 것이 스쿠크법이다.

5. 故 이태석 신부 삶 그린 ‘울지마 톤즈’ 세계인 심금 울려

 

 

올 한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인을 울린 감동의 드라마가 있었다. 지난해 9월 개봉된 아프리카 수단 남쪽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사랑과 희생의 봉사를 펼치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故 이태석 신부의 삶을 그린 영화 ‘울지마 톤즈(감독 구수환)’다.

이태석 신부는 남북으로 나뉜 수단의 오랜 내전으로 꿈도 희망도 없던 톤즈에 희망의 싹을 틔워줬다. 2010년 1월 이태석 신부는 작고했지만 그의 숭고한 정신은 지금도 영화를 통해 감동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9월 9일 개봉한 ‘울지마 톤즈’는 한 달 만에 전국 관객 1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 중순엔 17만 명이라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올 연초에 모든 직원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본받자며 권면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로마 교황청에서 가톨릭계 주요 인사를 포함, 각국 대사와 이탈리아 정계인사들이 모여 이 영화를 감상했다.

6. 조용기 원로목사 친인척 ‘교회 재산 사유화’ 논란

 

 

세계 최대 단일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용기 원로목사 가족들의 교회 재산 유용 및 사유화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조 목사의 아내 김성혜 한세대 총장, 장남 조희준, 차남 조민제 등 일가친척들은 국민일보, 순복음선교회, 사랑과행복나눔재단 등을 놓고 서로를 비방하고 법정싸움까지 벌였다.

한 공중파 방송은 여의도순복음교회 헌금 가운데 수백 억 원의 교회 재정 등이 조 목사의 측근에 의해 유용 및 횡령됐다는 내용을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여의순복음교회 일부 장로와 국민일보 노조 측은 조 목사와 그 가족들을 횡령 등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다툼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조 목사는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을 ‘영산조용기자선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이사장을 직접 맡는 등 사태 해결에 힘쓰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와 조용기 원로목사 간 미묘한 마찰도 감지되고 있다.

7. 불교계-정부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두고 갈등

 

 

이명박 정부 들어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던 정부와 조계종이 지난해 12월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을 계기로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를 이어오다 올해 초 정치 인사의 출입을 금하는 산문폐쇄(山門閉鎖) 조치가 내려져 논란이 확산됐다.

불교계는 “단순히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됐다’는 이유로 정부와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현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템플스테이 예산을 지원받지 않겠으며, 4대강 사업에도 반대하는 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해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 여당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조계종이 6월 7일 대정부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대정부 관계를 정상화하고 자성과 쇄신 결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자승스님은 “차단과 제한 대신 적극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전통문화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하겠다”고 말함도 동시에 산문폐쇄 조치도 공식 철회했다.

8. 천도교, 北천도교인과 함께 평양서 평화통일 기원

 

 

올해는 종교계에서 남북교류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서 7대 종단이 모여 방북해 남북화해의 물꼬가 트이기를 염원했다. 7대 종단의 수장들이 모여서 북한에 직접 찾아가 평화적인 관계를 놓고 기원한 것은 처음이다. 이후 조계종, NCCK를 비롯한 기독교계, 천도교, 통일교 등의 행보가 이어졌다.

이 중 천도교는 지난달 13일 연례행사로 남북이 함께 모여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공동시일식을 개최했다. ‘시일(侍日)’은 천도교에서 일요일을 일컫는 말로, 시일식은 일요일에 교당에서 집단적으로 기도하는 천도교 의식을 뜻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한 천도교가 평양에 있는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교당을 방문,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공동시일식 행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 행사에는 이범창 종무원장을 비롯해 천도교 관계자 10여 명과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관계자, 평양시 교인들이 함께했다.

9. 종교계 ‘도 넘은’ 정치 개입… 기독정당 창당 논란까지

 

 

내년 대선과 총선을 겨냥해 개신교계가 정당을 만드는 등 정치적 행보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지난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일부 대형교회에서 투표 참여를 장려하는 등 종교의 정치 개입 분위기가 연출됐다.

 또한 올해 초부터 이슬람 채권법 반대와 여권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등 정부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려는 목소리를 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2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이슬람 채권법을 계속 추진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것은 개신교뿐만이 아니다. 불교계도 연초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문제 등으로 정부·여당 인사의 사찰 출입을 금지하는 등 정치권과 힘겨루기 양상을 보여 국민들로부터 종교의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종교계의 이런 현실을 두고 ‘도가 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10. 사랑의교회 ‘공공도로 점유’ 공사 진행… 특혜 의혹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가 신축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사랑의교회는 올해 대법원 맞은편 서초역 3, 4번 출구 옆에 신축 중이며 내년 9월에 완공된다. 지상 14층과 지하 8층 건물로 21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이 예배당은 공공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공공도로 지하를 점유해 공사가 이뤄져 논란이 됐다.

 또 지하 공공보행도로와 관련해 관할행정기관에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줬다는 의혹을 샀다. 이와 관련 종교계‧시민단체는 ‘감사청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반면 지난 21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원주교회는 법적 절차에 따라 원주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불허됐다. 또 신천지 인천교회, 과천교회 등도 마찬가지 사례다. 이러한 상황에는 한기총 소속 교회들의 근거 없는 비방이 공무원의 행정에 작용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재량권 남용이 종교 편파 행정으로 이어지고 있어 공정한 공무집행 요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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