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적 조문..시간상 의미있는 대화 어려웠을 듯
별도 초대소 방문 가능성..측근 통해 전달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2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차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은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을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눴을 지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남측 민간방북단의 조문은 지극히 의례적이었다. 통상적 조문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소요시간도 5분 이내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문과정에서 남측 조문단과 김정은 부위원장 사이에 의미있는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여사와 현 회장 일행은 이날 오후 6시20분께 금수산기념궁전에 도착, 김위원장의 시신에 화환을 증정하고 일제히 묵상한 뒤 김 위원장의 영구(靈柩)를 둘러봤다.

이어 상주인 김정은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시했고 김정은도 이에 깊은 사의를 표시했다. 다음으로 이 여사는 조문록에 "김 위원장께서 영면하셨지만 6.15 남북 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 하루속히 민족 통일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기록했다. 현 회장은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노력해 주신 국방위원장님을 길이 길이 우리 마음속에 기억할 것"이라고 썼다는 후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양측 사이에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의미있는 대화가 오갔다기 보다는 의례적 수준의 인사말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 조문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남북관계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수준의 원론적 언급이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김정은과 남측 조문단의 면담이 단순히 조문과정에서의 의례적 접견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김정은이 이 여사에 대해 백화원초대소를 숙소로 제공하고 극진한 예우를 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저녁 별도로 백화원초대소를 찾아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은 상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구체적인 대남 메시지는 김기남 노동당 비서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오ㆍ만찬을 통해 대신 전하는 '역할분담'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어떤 형태이든 양측은 과거 김 위원장을 회고하는 말들을 주고받으면서 '무겁지 않게'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견해를 교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정부 주변에서는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화제로 올랐을 개연성이 거론된다. 남편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찾았던 이 여사가 당시 만난 김 위원장의 모습을 회고하고 이에 대해 북측도 화답하는 식으로 대화를 나눴을 것이란 얘기다.

이는 이 여사가 조의록에서 '6ㆍ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언급한데서도 읽힌다.

이에 대해 북측은 6ㆍ15와 10ㆍ4공동선언을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사업'이라고 강조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승계구도를 만드는 핵심은 아버지에 대한 최상의 효성심을 보이는 것"이라면서 "김정은은 김 위원장이 한 일과 김 위원장이 만난 사람에 대해 최고로 잘하려고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 회장에 대해서는 김정일 유훈 사업의 또 다른 축인 '민족사업'이 거론됐을 수 있다. 김정은이 김일성 주석 때부터 이어진 현대가와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민족사업이 잘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주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금강산ㆍ개성관광 재개문제도 제기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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