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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자원봉사·기부 이뤄져야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자원봉사, 연말 반짝 행사로 끝나 아쉬워
“딸랑딸랑~!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연말이 되면 빨간 모금통을 들고 나온 구세군 자원봉사대의 모습을 어김없이 볼 수 있다. 보통 이맘때쯤 회사나 다양한 사회단체 등에서도 보육원, 재활원, 독거노인 등을 찾아가 이벤트성 행사를 마련하거나 연탄 등을 나르며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대부분 봉사활동이 연말이라는 특정한 기간에만 이뤄지는 ‘반짝’ 봉사활동이라 아쉬움을 더한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로 보는 서울시민의 나눔문화’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만 15세 이상 서울시민의 절반 이상인 54%가 자원봉사 활동이나 기부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 38.9%와 비교해볼 때 15.1%p 증가한 수치로 나눔을 실천하는 서울시민이 늘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 서울시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수가 2006년 59만 4694명에서 2010년 121만 5896명으로 4년 사이 2배 수준으로 늘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자원봉사 참여율을 볼 때 2005년에는 5회 이상이 43.2%로 나타났으나, 2010년에는 23.3%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1~2번 일회성인 봉사활동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주5일제가 되면서 여가를 즐기려는 직장인이 아무래도 많이 늘었다”며 “여가의 하나로 자원봉사를 하는 패턴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영훈 서울시복지재단 나눔복지 팀장은 “경제구조가 너무 가진 자들의 위주로 가는 자본주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선 많이 가진 자일수록 자기가 가진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나눔을 통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생활 속 봉사·기부 이뤄지려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자원봉사나 기부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신은경 담당자는 “영국·미국 등은 생활 속에 봉사가 몸에 배어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봉사라는 개념이 아직까지 확립돼 있지 않아 ‘어떤 특정한 사람만 하는, 나는 못하는 활동’ 등의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을 너무 어렵게만 느낀다는 것이다.

이어 “봉사에 대한 생각을 바꿔주는 단기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인에게도 즐거운 봉사가 되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봉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장기적 자원봉사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내의 100여 개 아파트와 공동주택 주민을 대상으로 ‘마을 봉사단’이 꾸려져 가로수 가꾸기, 해충퇴치 등 우리 마을 가꾸기 활동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생활 속의 봉사인 것이다.

단기적 자원봉사활동 사업은 ‘볼런테인먼트’의 일환으로 ‘다함께 하루라도 자원봉사 하자’라는 의미를 담아 자원봉사가 진행된다.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1년에 하루는 공통주제에 따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자원봉사활동의 날이다.

올해는 5월 환경 서울 성곽길 트레킹 및 환경정화, 7월 자원봉사와 여행을 결합한 볼런투어로 섬마을의 폐교정리, 트랙터 하우스 짓기, 9월 가족을 주제로, 11월 저소득층을 위한 보육시설 방문 돌잔치 및 레크레이션 등의 총 4개의 테마로 진행됐다. 여기에는 5만여 명이 참여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단기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꾸준히 봉사를 하게 된 오원주(27, 남) 씨는 “사실 봉사를 한다는 마음보다는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커 그중에 한 분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오 씨는 지리산둘레마을 볼런투어에 사진 봉사로 참여했다가 현재 홍보전문봉사단으로 3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는 “처음엔 친구들과 찍는 사진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봉사자들을 만나고 어렵게 사는 분들을 보면서 평소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쪽방촌이나 노인복지센터 등을 방문해 자원봉사자, 할아버지·할머니의 모습을 사진에 담거나 도배·청소 등을 도와준다.

오 씨는 “페이스북·싸이월드에 봉사사진을 올려놓으면 여기저기서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며 “실제로 주위 사람들이 봉사에 참여했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봉사를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은 재능나눔봉사를 많이 하니깐 평소 잘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살려 봉사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심영훈 팀장은 “그동안 여러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내가 기부한 것이 어디에 써졌는지 알지 못해 불신이 쌓였다”며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시설 등 기부금이 사용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캠페인·교육의 부재도 지적했다. 심 팀장은 “사회구성원이 상생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가 ‘기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캠페인이 중요하다”며 “어릴 때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학교과정에 넣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기업들이 사회공헌 사업을 많이 하긴 하지만 아직도 중장기적인 계획에 의한 봉사가 아닌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것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연말 등 특정기간에 기부도 트렌드에 따라 한다”며 “몇 년 전쯤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게 유행이 돼 ‘너도나도 하느라’ 한 아이에게 컴퓨터가 2개씩 돌아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업의 사회공헌 플랜을 기획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은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진행했던 ‘e-품앗이’를 25개 자치구로 확대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나누는 물건기부 등 굳이 돈이 아니더라도 좋다. 이를 통해 예로부터 품앗이 등 상부상조의 미덕을 이어가는 나눔 문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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