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지난 12월 15일 월스트리트 저널의 ‘테크 유럽(Tech Europe)‘ 블로그에는 미국 매사츄세츠 공대(MIT)와 하버드 및 노스이스턴 대학이 합작하여 만든 ’드래곤봇(DragonBot)’이라는 용 모양의 독특한 로봇이 소개됐다. 빠르면 이번 크리스마스 안에 1000달러 내의 가격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여 어린이들의 좋은 선물거리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드래곤봇은 커다란 물안경 같은 얼굴을 갖고 있고, 손들어 할퀴는 듯한 몸 모양을 하고 앞뒤 좌우로 몸을 움직이도록 5축의 모터를 내장하고 있다. 물안경 같은 얼굴 틀을 떼어내고 화면을 앞으로 향하게 하여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나서 다시 얼굴 틀을 끼우면 드래곤봇이 살아나면서 스마트폰 화면으로 얼굴 표정이나 눈 모양이 나타나게 된다.

드래곤봇은 취학전 아동들의 언어 교육용으로 개발되었으나, 어린이들의 친근한 로봇 친구로 더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인식되고 학습되는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드래곤봇과 공유되므로 로봇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똑똑해지게 된다.

드래곤봇에서 스마트폰은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기도 하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사용자와 환경을 인식하기도 한다. 로봇에서 스마트폰을 떼어냈을 때 드래곤봇은 스마트폰 속의 가상 캐릭터로 변하여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계속해서 유지하게 돼 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이 로봇의 두뇌이고 중추신경계이며 방대한 로봇 지식창고로의 연결고리인 것이다.

국내의 한 통신사에서는 올해 초 인터넷을 활용하는 유아용 에듀테인먼트(교육-오락) 로봇을 출시하여 4개월 만에 1만 대의 판매를 기록하였고 여세를 몰아 새로운 버전의 로봇을 예약 판매 중에 있다. 스마트폰을 장착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붙박이로 내장하여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로봇 콘텐츠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드래곤봇이 지향하는 기능과 유사하다. 국내의 몇 기업에서도 스마트폰 장착형 개인용 서비스 로봇의 시제품을 개발하여 통신사와 연계한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을 로봇과 연계하려는 시도가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어떠한 콘텐츠를 로봇에 심을 것인가이다. 드래곤봇에서 보여주는 스마트폰 얼굴 화면과 가상 캐릭터로의 변신을 통한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 같은 아이디어는 로봇의 부가가치를 한층 더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을 알아보고 대화하며 사람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이른바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Human-Robot Interaction)’ 기술의 확보 여부가 이러한 개인용 서비스 로봇 콘텐츠의 질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HRI 기술은 로봇이 사람과 공존하는 환경에서 인식하고 판단하며 표현하는 것과 관련된 제반 기술을 말하는데,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 아직은 활용성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로봇이 똑똑한지 멍청한지는 이 기술의 활용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로봇이 사람의 의도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일단 의도 파악이 잘 안 되면 반응을 하지 않거나 엉뚱한 반응을 보이게 되므로 로봇이 아무런 쓸모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제한적인 서비스 환경에서라도 HRI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이 시급히 요구된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앱의 등장과 함께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때로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으로 변신하여 길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때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집단 지성의 창구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제 스마트폰은 로봇의 머리로 진화하며 새로운 로봇 시장의 창출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진화는 혁신적인 로봇 신기술 개발을 요구하고 있는바, 그 요구를 잘 충족시키는 자에게 새로운 시장 선점의 혜택이 주어지게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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