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먼<中지린성>=연합뉴스) 중국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도시'인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후 나흘째 삼엄한 경비 속에 준비상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투먼시 공산당위원회의 류보(劉波) 선전과장은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 사람들이 큰 슬픔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 전체에서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투먼시 공산당위원회는 시 정부의 상부 기관이다.

류 과장은 김 위원장 사망이 투먼시 경제,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으며 특별한 경계 조치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다만 북한 쪽의 입장을 고려해 협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먼 시 정부측의 움직임은 사실상 비상사태나 다름없었다.

투먼시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공안들이 배치돼 이날도 모든 차량의 승객들을 대상으로 신분증 검사를 실시, 외국인이나 외지인에 대해서는 출입을 제한했다.

투먼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감시가 강화돼 긴장감이 고조돼 있었다.

투먼시에서 사업하는 한국인 K씨는 "투먼시 당국이 외국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하고 있어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하면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면서 "특히 기자와 접촉하게 되면 매우 어려워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우리로서는 당국의 방침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투먼시는 이날 연합뉴스의 방문을 사전에 파악, 시 진입로 입구에서 공안으로 하여금 안내토록 했으며 변경지역 취재 때는 공안 2명과 시위원회 관계자 2명이 동행했다. 공안은 화장실까지 따라다니며 감시했다.

변경지역 현장에서는 무장 군인들이 취재 현장 주위를 맴돌며 역시 감시를 늦추지 않았다.

취재에 동행한 공안 관계자는 "외국인이 혼자 다니면 위험하기 때문에 보호해주기 위해 동행한다"면서 "모든 취재활동이 금지됐기 때문에 만약 카메라나 캠코더를 꺼내면 바로 압수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이는 투먼시 바로 옆의 다른 변경 도시인 훈춘(琿春)시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출입을 통제하지 않고 감시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투먼시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은 매우 한가롭고 평화로웠으며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큰 일이 발생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훈춘시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200m 떨어진 데 비해 투먼시는 북한과 거리가 투먼강을 사이로 50m 안팎에 불과했다.

시 위원회 관계자는 "투먼시가 북한과 바로 붙어 있어 북한 사람들이 감시를 피해 수시로 중국으로 드나드는 통로가 되고 있다"면서 "미국 여기자 2명이 북한에 납치된 곳도 투먼시 변경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투먼시에서 북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투먼강 광장은 이날 영하 20도의 기온에 매서운 칼바람까지 불어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투먼강 광장 맞은편에는 벼베기를 끝낸 논에 농부 2명이 농기계를 끌고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으며 수십채의 가옥과 7~8층가량의 공장 빌딩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투먼강 광장 옆 도로와 북한 사이에는 2차선 다리가 놓여 있었으나 차량과 사람의 이동은 눈에 띄지 않았다. 북한 쪽에는 경비를 서는 군인들의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 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투먼시에서 사진 촬영 금지 등의 비상조치는 없어지고 자유롭게 여행하고 취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중에 다시 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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