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이 꽤 추워지면서 소외계층에게는 난방비조차 없어 냉골에서 지내야 하는 이 추운 겨울이 달갑지만은 않다.(연합)
저소득층 간에도 존재하는 양극화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날이 꽤 추워지면서 소외계층에게는 이 추운 겨울이 달갑지만은 않다. 난방비조차 없어 냉골에서 지내야 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혹독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웃을 꾸준히 살펴온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가 지난 6일 온기 가득한 내복을 준비해 서울 종로구 창신동 판자촌 일대를 찾았다.

아파트 단지 뒤로 난 고지대를 오르면 불규칙하게 깎인 절벽 앞에 위태로워 보이는 판자촌이 눈에 들어온다. 큰 천막 아래로 11가구가 빼곡하게 모여 있다. 이들 가구 중 기초생활수급자(수급자) 가구는 단 2곳뿐이다. 전기가 들어오긴 하지만 화장실은 공동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공중화장실 뒤편으로도 덩그러니 1가구가 더 있다. 무심코 지나면 눈에 띄지 않을 법한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김창숙(가명, 74) 씨. 그는 비수급자이다. 수급자가 되려면 근로능력, 부양의무자 유무, 소득기준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매달 43만 6000원을 받을 수 있는데, 김 씨는 자식들 때문에 제외됐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부양받기는커녕 그가 책임져야 할 연년생 손자 둘과 함께 살고 있다. 첫째 아들의 결혼 실패로 맡겨진 손자들이다. 청계천 복원사업 전까지는 포장마차를 차려 근근이 생활했고 그 이후엔 길바닥에 고무 대야를 놓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팔았다. 손자들 때문에 입에 풀칠은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버텼다.

“생각만큼 벌이는 안 되는 거예요.” 김 씨는 당시가 떠올랐는지 눈시울을 붉혔다. 벽 한쪽에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속 손자에 대해 묻자 그는 눈 속에 맺혔던 눈물을 이내 훔쳤다.

“첫째 손자가 작년에 (대학) 입학은 했는데 등록금 낼 돈이 없어서 한 학기만 다녔어요. 이걸 본 둘째 애가 자기는 돈 벌어서 형 등록금 마련해주겠다고 하는 거예요.”

김 씨의 딸도 생활하기 버거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수급자 대상자인 딸은 지원받은 쌀을 어머니에게 나눠줬다. 추운 겨울철이면 그는 불에 탈 만한 것들을 모아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간신히 몸을 녹일 정도의 온기다. 김 씨는 생각 끝에 손자들을 꽉 끌어안고 이불을 덮어 서로의 온기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는 사람들이 오가는 앞쪽 판자촌을 바라보며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판자촌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을 찾아 내복을 전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방치됐던 김 씨는 다행히도 인추협의 도움을 받게 됐다. 인추협은 연탄보일러를 설치하고 연탄도 지원했다. 이날도 인추협 고진광 상임대표가 인사를 하자 김 씨는 환하게 반겼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이남희(가명, 92) 씨. 일본군 강제위안부에 끌려갈까봐 서둘러 식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의 방황으로 인해 이 씨는 시어머니를 비롯한 14명 가족의 생활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고령인 이 씨는 이날 인추협에서 선물한 내복을 받아들고는 아이처럼 기뻐했다. 이 씨는 “이런 호강이 어디 있느냐”며 어깨춤을 췄다. 그러면서 이 씨는 다른 집도 내복을 챙겨달라고 했다.

판자촌은 아니지만 이 근처에서 살고 있는 김순이(가명, 84) 씨의 형편도 별반 다를게 없다. 김 씨는 아들 둘이 있어 수급자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한 아들은 척추를 다쳐 돈벌이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고 또 다른 아들은 직장 퇴직 후 이혼까지 하면서 삶의 의욕을 잃은 듯했다.

김 씨는 속상했는지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손으로 가슴을 탁탁 쳤다. 5만 원 사글세에 혼자 살고 있는 김 씨는 “방이 얼면 돈이 더 든다”며 “잠깐 몸만 녹이고 이불을 뒤집어쓰면 된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겨울나기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김 씨는 몸이 성치 않아 약을 달고 산다.

“예전엔 애들이 약값이나 용돈 줄 형편은 됐는데….”
이처럼 제도권 바로 밖의 계층과 수급자의 소득수준을 보면 별반 다를 게 없지만 혜택은 큰 차이를 보인다. 한정된 복지예산으로 인해 수급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아직 미흡하다. 차상위계층이 단 1만 원이라도 최저생계비보다 더 벌고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와 지원받는 혜택의 차이는 크다. 수급자가 최저생계비뿐만 아니라 주거·의료·교육비 등 각종 지원 혜택을 받는 것에 비하면 차상위계층의 생활고가 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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