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통섭예술인

“때로는 인생이 당신의 뒤통수를 때리더라도 결코 믿음을 잃지 마라. 내가 이겨낼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찾아라. 일뿐 아니라 사람도. 일이 당신 인생의 많은 부분을 채우므로 진정한 만족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위대하다고 믿는 일을 해야 한다. 또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아직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아라. 타협하지 마라. 마음이 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 제대로 찾았다면 바로 알게 될 것이다”라고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이를 실천한 사람이 많은데 그중 한 명이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다 음악으로 전향하여 다양한 음악을 작곡하는 조영수다. 이승철이 부른 발라드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로 유명해진 그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작곡가이다. 약 400곡을 등록했고 5년 연속 저작권료 톱을 달성한 그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10대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트로트, 아이돌 댄스곡을 쓴다. 한 달 평균 5곡, 1주일에 한 곡 정도 쓰는 다작(多作)의 작곡가인 그는 오후 4시쯤 작업실에 나와 이튿날 새벽 5시 정도까지 곡을 쓸 정도로 열정적이다. “대중이 즐기는 음악을 만드는 게 더 어렵다. 많은 사람이 듣고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라고 그는 주장한다.

미술에서도 대중성이 중요한 데 일부 화가들은 예술성 운운하면서 대중이 좋아하는 미술은 미술이 아니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대중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 보석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예술의 목적은 대중과의 소통이다. “대부분의 창의적인 사람들은 이전의 다른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것을 이용할 수 있는 점에 고마움을 표한다. 우리는 가진 재능을 활용해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이전 시대에 이뤄진 모든 기여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며, 그 흐름에 뭔가를 추가하려 노력한다. 그것이 나를 이끌어준 원동력”이라고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이 다른 사람이 이룩해 놓은 것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한 쪽에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박스 속에 갇혀서 밖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파블로 피카소는 다른 사람들의 성공에서 자기만의 성공을 이끌어내었다. 그는 이를 변형(transformation)이라고 일컬었다. 변형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지식(knowledge)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감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현대미술이라면 우리도 승산이 있다.고 조윤선 국회의원은 주장한다. 한국의 작가들이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것은 일이 아닌 시대다. 그의 말대로 현대미술은 기체이므로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내가 기체가 되면 되는 것이다. 주인이 따로 없다.

얼마 전 서울의 어느 미술관에서 그 미술관 운영과 관련이 있는 후배를 만났다. 아담한 건물에서는 여러 유망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명목상 불우이웃돕기 자선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입장 불가인 상태에서 몇몇 소수의 유력 콜렉터들이 오프닝 행사에 와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야말로 음지에서 끼리끼리 노는 상황이다. 그러니 미술관이 사명감을 상실한 채 철저하게 작품이 돈으로 환산되는 투기 장소로 보이는 것이다.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 고객, 화랑주들이 미술시장에서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이다.

특히, 고객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사는 고객과 감상만 하는 고객이다. 블루오션 관점에서 보면 각각 고객, 비고객이다. 그런데, 비고객이 미술관이나 화랑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상전벽해가 아니더라도 주인은 바뀌게 마련이다. 비고객을 무시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비고객이 언젠가는 고객이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열린 마음으로 비고객을 학습, 설득시켜야 한다. 예술은 미술관의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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