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현재 북한의 차기 지도자 김정은이 맞고 있는 상황은 아버지 때와는 너무나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김정일의 경우 차분하게 시간을 들이면서 당과 군을 완전히 장악해 나갔다. 고위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일은 말년을 맞은 부친(김일성)을 ‘뒷방 늙은이’로 전락시키면서 정권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확고부동한 위치에 올랐었다.

아울러 중요 요직도 거의 다 경험했다. 김정일은 당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정치국 등을 거치면서 당권을 거머쥐었고 인민군 최고사령관, 국방위원장의 자리에 등극하면서 군부도 수중에 넣었다. 당시는 명실 공히 ‘김일성 시대’였고 확고부동한 ‘주체사상’이 사회의 구석구석을 통제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 같은 자신감 때문에 김정일은 과감한 숙청 작업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중국과 소련에 의지하지 않고 완전한 독자 노선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달리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직책이 전부인 데다, 아버지의 실정(失政)으로 민심이반이 일어나 ‘후광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과거 김정일이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승계받을 때와 달리 김정은의 권력세습 준비과정이 3~4년 정도로 짧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독재국가의 지도자치고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것도 핸디캡이다. 이 같은 점에서 불안요소가 김정일이 권력을 넘겨받을 때보다는 훨씬 많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다만, 대외적 상황은 김정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일성 사망 당시에는 북한과 중·러 관계가 애매했고, 냉전이 막 해체된 시기여서 국제 정세도 불안했다. 반면 현재는 북한이 주변국과의 경협을 중요시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안정 유지와 경제적 이익 창출을 추구하며 적극적으로 북한에 다가서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손을 내민다면 마다할 나라가 없다는 얘기다.

한편 김정일과 김정은은 자라온 환경이나 성향도 상당히 다르다. 김정일은 7세에 어머니를 잃고 소·중·대학교를 보통 학생처럼 다녔다. 해진 신발을 다시 실로 꿰매 신을 정도로 유복하지 못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삼촌 및 이복형제가 승승장구해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며 살아갔다.

반면 김정은은 태어날 때부터 ‘왕자’로 길러졌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 씨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은은 김정일의 보호 아래 ‘특별한 존재’로 양육을 받으며 자랐다. 김정은에게도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김정남과 김정철이 있긴 하지만 권력 투쟁에 따른 탈락이라기보단 ‘자질 부족’으로 스스로 떨어져 나간 측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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