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청모씨 현장검증 앞서 범행 시인

(인천=연합뉴스)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 해양경찰관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해양경찰서는 19일 흉기를 휘둘러 고(故) 이청호 경사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선장 청모(42)씨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청씨는 이날 오전 10시 후드 달린 검은색 점퍼와 바지를 입고 얼굴에 마스크를 쓴 채로 인천해경 전용부두에 정박한 중국어선 루원위호에 도착, 중국어 통역인 입회 하에 범행을 재연했다.

현장검증은 지난 12일 오전 7시께 청씨가 이 경사 등 해경 단속대원들에 의해 어선을 나포당한 뒤 혼자 조타실에 남아 끝까지 저항하던 순간을 재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 사건으로 숨진 이 경사와 부상당한 이낙훈 순경 등 해경 대원 6명이 2개조로 나눠 조타실에 진입하자 청씨가 2명을 흉기로 찌르고 나머지 대원들에 의해 최종 제압당하는 장면이 순서대로 재연됐다.
청씨는 담담하게 범행을 따라 했으며 중간중간 해경의 질문에 "경찰관(이 경사)이 내 머리를 한대 때렸다" "흉기를 들고 '오지말라 오지말라'고 했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청씨가 현장검증에 앞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함에 따라 조타실 내 구체적 범행 장소와 경위 등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청씨는 30여분간의 현장검증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저의 실수로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한 사실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짧게 말했다.

인천해경 안성식 수사과장은 "선장이 흉기를 잡고 휘둘렀고 이 경사를 찌른 사실이 확인됐다"며 "흉기를 찌른 장소와 경위에 대해서는 이 경사가 조타실에 들어간 직후인지, 격투 끝에 찔렀는지 등에서 조금 차이가 있어 이 부분을 더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청씨 등 선원 9명 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해경은 이날 현장검증이 끝난 뒤 선원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오후 3시 이번 사건에 대한 종합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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