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안철수현상’으로 불리던 정치권의 변화의 바람은 강풍이었다. 그 바람은 한나라당을 휩쓸고 민주당을 휘청거리게 하고 민노당을 포함한 진보정당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을 들여다보면 권위적 체제, 구호와 선동, 미숙한 정치력, 정당의 책임성 결여, 무조건 반대와 같은 정치력의 실종을 가져왔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쳤던 친이계라는 거대한 공룡이 있었고 친박계라고 불리는 대통령과 친이계를 견제하는 세력이 팽팽하게 기싸움을 해왔고 민주당은 손학규의 당권파와 정동영, 정세균, 박지원으로 대표되는 비당권파와의 야당 선명성 경쟁으로 여권과 대립각을 첨예하게 세울 수밖에 없었다. 민노당은 국회 밖에서 투쟁하는 정당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었다.

국민들이 정당을 불신하는 이유를 정당 스스로가 만들었다. 국민들은 국회가 역동적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흥미를 느끼게 된다. 적당한 논쟁이 필요하고 의원끼리 고성이 오가는 국회의 모습도 국민들은 국가를 위한 충정이라고 이해를 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폭력이 다반사고 몸싸움이 일상이라면 국민들이 화가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화가 나는 정도를 넘어서 분노하기 시작했다. 국회의원이 많이 배우고 현명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별로 나은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국회의원을 무시하게 된다. 민생이 편안하다면 국회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도 살 수가 있다. 그런데 민생은 도탄에 빠질 지경인데 국회가 하는 짓이 제 밥그릇 챙기려는 작태가 보이니까 정치적 성향이 친여, 친야를 가리지 않고 비난하는 수준에 와 있는 것이다.

그 꼴을 보다 못해 국민들이 만들어낸 영웅이 바로 안철수 교수이다. 안철수 교수는 경력이 화려하면서 이미지에서 보듯이 온순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이다. 더욱이 방송을 통한 이미지는 누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학자이고 경영자로 각인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힘든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언행과 최근에는 기부문화에 앞장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행동하는 양심인이라는 훈장을 하나 더 달고 있다.

안철수 교수를 불러낸 사람은 바로 국민들인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정치를 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인기는 더욱 높아갈 것이고 안철수 교수를 존경하게 될 것이다. 정치를 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정치풍토가 건전하지 않다고 국민들이 느끼고 있어서 다수의 국민들은 안철수 교수가 정치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쇄신을 주장하던 초선의원들이 탈당 압박을 통해서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긍정적인 쇄신방안에 대해서 경청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한나라당은 이제 쇄신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공동보조를 취해서 나가야 한다. 한나라당의 주주라고 자임하던 사람들은 이제 박근혜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뒤로 물러서야 할 시점이다. 기득권 포기와 분골쇄신만이 한나라당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통합전당대회가 끝나고 안정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민주당도 통합에 성공하려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상대를 의식하는 국정파트너십을 재정립해야 한다. 정권을 10년간 잡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통합민주당은 여당 할 준비를 하겠다면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

대화와 타협은 포기하고 시위와 농성으로 의사표현을 한다면 국민들은 정권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것이다. 야당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국회의 역할에 충실하고 정책을 통하여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다수당은 국민이 만들어 준 것이다. 지금은 한나라당이 다수당이고 지난 17대 때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었던 것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는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될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국회의 본연의 임무인 대화, 타협, 표결로 이어지는 국회의 기능을 잘 지켜나가기를 바란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을 조속히 심의 통과시키고 국회가 공전하는 동안 쌓여 있는 민생관계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18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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