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인터뷰] 초당 이무호, 자연에서 글을 얻다
[리얼인터뷰] 초당 이무호, 자연에서 글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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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선거부정감시단 발대식 및 공명선거 결의대회’에서 초당 이무호 선생이 공명선거의 중요성을 담은 ‘국가흥망 재어공선(國家興亡 在於公選)’이란 붓글씨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 이무호 선생)

생명력 뿜어내는 붓놀림
작품 ‘원시대자연’ 백두~한라 아름다움 담아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JTBC 주말드라마 ‘인수대비’의 제자(題字)에서 온화하면서도 절제된 힘이 느껴진다. 성품이 올곧은 인수대비의 성품을 그대로 투영한 듯하다. 이 글씨체는 오직 ‘인수대비’를 위한 것이다.

▲ 서예가 초당 이무호 선생
‘태조 왕건’ ‘장희빈’ ‘태양인 이제마’ ‘제국의 아침’ ‘대조영’ ‘여인천하’ ‘무인시대’ ‘근초고왕’ 등 굵직한 대하드라마의 제자는 서예가 초당(草堂) 이무호(사진, 64) 선생의 손에서 태어났다. 수많은 드라마 글자는 각기 개성이 묻어난다. 어느 하나도 같은 게 없어 놀라울 정도다. 그의 솜씨는 드라마 제호로 그치지 않는다. 소품 병풍 글씨도 그가 손수 작업한 작품이다.

또한 드라마에 직접 또는 왕의 대역으로 출연해 지필묵을 잡았다. 오직 ‘제대로 된 서예’를 대중에게 선보이겠다는 일념으로 방송의 연을 20여 년째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정릉4동에 위치한 서실에서 이 선생은 ‘江湖(강호)’를 다양한 서체로 그려내고 있었다. ‘물 수(水)변’을 흐르는 물로 표현하는 등 글자 뜻과 느낌을 화선지에 담았다.

“저의 모든 서체는 자연에서 비롯됐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폭포가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떨어지면서 다시 위로 튀어 오르는 물줄기 힘을 발견하고 그 모습과 느낌을 서체에 담기 위해 부단히 연구했습니다.” 그가 태어난 곳은 영덕군 병곡면 각리2리 칠보산 기슭이다. 첩첩 산골에서 자란 그는 일찍이 자연을 벗 삼아 생활했다. 게다가 한학에 조예가 깊었던 조부의 영향으로 서예를 남들보다 빨리 시작할 수 있었다.

어린 초당은 붓과 종이 대신 나뭇가지를 잡고 흙바닥에 글씨 연습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쓰고 또 썼다. 집안 살림이 넉넉지 않아 지필묵을 자급해야만 했는데 이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글을 쓸 수 있으면 그저 즐거웠다.

서예에 대한 열정은 날이 가면 갈수록 뜨거워졌다. 1972년 군 복무를 마친 이 선생은 상경해서 서예 공부에 몰두했다. 하루에 100장씩 연습했다. 그리고 1980년대 초, 대만과 중국을 다녀오면서 그는 새로운 시각 ‘법고창신(法古創新)’으로 서예의 도를 접했다. 옛 법을 따르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정신이야말로 300여 개의 서법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됐다. 한국과 중국의 모든 서법을 체득하고 연구해 나갔다. 그리고 자연의 원리와 힘을 붓에 더해 새로운 서법을 개발했다.

“서예는 인격도야뿐 아니라 기(氣)를 모으는 ‘기운집(氣運集)’ 문화입니다. 서법을 잘 지켜 쓰면 기가 모이죠. 쓰는 사람의 정신이 담겨 글자를 보는 이들에게 그대로 전달이 된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붓을 잡은 이의 심상이 그대로 글자에 표현되기 때문에 올바른 정신으로 글을 써야 합니다.”

이 선생은 ‘태극서법’ 창안자로 유명하다. 글씨를 가르치는 선생이다 보니 체계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이 서법을 만들었다. 추사체 등 유명한 서체를 쓰는 것은 국한된 틀을 베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초당은 붓글씨의 정신과 진리, 원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태극서법은 음양오행 사상에서 비롯됐습니다. 음양은 만물의 기본 원리이죠. 자연의 이치를 글자에 담았으니 그 기운이 얼마나 역동적이겠습니까.”

그래서 그는 단 한 글자라도 정갈한 마음으로 집중해 쓴다. 이 선생은 2007년 제17대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몽선각(大夢先覺, 큰 꿈을 먼저 깨닫는다)’이란 친필 휘호를 선물했다. 이때의 인연으로 올해 청와대에서 내놓은 ‘일기가성(一氣呵成,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도 그가 썼다. 대한민국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을 담았다.

국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선생은 한국뿐 아니라 타이완과 중국 서예계에서도 명사로 손꼽힌다. ‘태극서법’으로 쓴 조선 개국 공신 이숙번의 묘비문 탁본이 중국에 소개되면서 주목받게 됐다.

1996년 당시 왕몽경 선양 고궁박물원 부원장은 탁본을 감상하고서 “이런 훌륭한 글씨체를 처음 본다”고 감탄했다. 선양 고궁박물원은 자금성베이징 고궁박물원과 함께 최고의 황궁박물관으로 강희재 등의 유품을 소장한 곳이다.

▲ 태고의 신비와 자연의 경이감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은 세계 최초로 시도된 상형문자로만 이뤄진 초당 이무호 선생의 역작이다. 작품 속 ‘鹿鳴(사슴의 울음소리)’이란 뜻은 사슴은 언제나 맛있는 먹이나 좋은 일이 있을 때 울어서 무리를 불러 모아 함께 나누는 상서러운 동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 민화에도 등장하는 십장생 동물로도 유명하다.우측 상단은 아버지를 표상하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웅장하고 장엄한 산세와 흘러내리는 거대한 강줄기에 온갖 물고기와 동·식물이 상생하는 모습을 상형문자로 표현하였다. 또한, 좌측 상단은 어머니의 품 같은 한라산의 온화한 모습을 담았고 제주 말과 사슴, 강줄기를 따라 동·식물과 물고기를 상형문자로 표현해 그야말로 원시 대자연을 품고 있는 형상이며 길이 후손에 물려줄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한 폭의 작품 속에 담았다. (사진제공: 이무호 선생)

이 선생이 가장 마음에 둔 작품은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에 걸린 ‘원시대자연’이다. 총 길이 5미터인 화선지에 ‘녹명(鹿鳴)’이라는 주제를 담았다. 그는 “사슴은 먹을 것이 생기면 울어 동료를 부르고 먹이를 함께 먹는다. 즉, ‘나눔’ ‘베풂’이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은 사슴, 백두산과 한라산, 구름, 천지 등 대자연이 담겼다. 그림이 아닌 상형자로 ‘백두지간 만고적설이요(白頭肢幹 萬古積雪, 백두산에 눈이 쌓여 있다)’ ‘요산요수(樂山樂水, 산수를 즐긴다)’ 등을 나타냈다.

현재 그는 故 나운규 영화감독, 가수 신중현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인을 위한 헌정 비석문을 만들고 있다.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서예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다면 끊임없이 쓰고 또 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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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2011-12-15 09:51:07
글이 살아 움직이는듯 합니다. 서예가 이렇게 멋진줄 몰랏어요

정은정 2011-12-14 21:58:01
세계 최초로 시도된 상형문자로 너무 멋져요 누구도 흉내를 낼 수가 없는 아름다운 한국의 얼이 긴든것 같아요

이무인 2011-12-14 16:21:44
붓글씨 퍼포먼스 너무 아름답네요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