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중국 선원의 불법 어로 행위를 단속하던 해경특공대원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1명이 살해당하고 1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조용한 외교’로 불리는 정부의 대중(對中)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다.

불법조업 중국 어선은 갈수록 늘어나고 이들의 폭력도 흉포해지고 있지만 정부의 태도는 미온하기만 하다. 더욱이 중국 외교부가 12일 공식 브리핑에서 아무런 유감을 표명하지 않아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한 정부의 소극적 자세가 이번 참사를 불러왔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국어선 나포 과정에서 순직한 고 이청호 경장은 올 4월, 중국어선 나포 공로를 인정받아 해양경찰청장상을 받는 등 인명구조와 독도경비 유공경찰관으로 6차례 표창을 받은 베테랑 경찰관으로서 평소에도 직업의식이 투철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의 해양주권을 수호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 해경특공대가 해양영토 주권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다 생명을 잃었음에도 당일 이 사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사건이 벌어진 날 유일하게 자유선진당만이 문영림 대변인을 통해 “희생된 특공대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에게 깊은 말씀을 전한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해 하루종일 아무 말도 없다가 우리 해경이 죽었는데 정치권이 침묵한다는 비판이 일자 여야지도부가 부랴부랴 13일 한 목소리로 정부를 향해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정작 사건 당일인 1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내년에 있을 총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정신이 없던 상태였다. 민주당은 11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통합결의를 위한 임시전당대회가 폭력으로 얼룩진 상태였고, 한나라당은 하루종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출범 여부와 비대위 권한 및 활동시한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당내의 이권다툼을 위해 싸우고 있을 때 다른 한쪽에서는 우리의 영해를 지키기 위해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과 싸우다 목숨을 잃은 것이다. 여론의 비난에 등 떠밀리듯 부랴부랴 대책을 요구한 이들과 우리의 영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도 바친 이들. 과연 국민들이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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