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한국문화안보 연구원 사무총장

 

“작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
미국의 영웅 맥아더 장군의 명언이다. 군에선 이 명언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면서 경계임무의 중차대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월 6일 01시경 합동참모본부 핵심 간부와 장교 전원의 휴대전화에 ‘강원도 A부대에서 폭발음 청취’라는 문자메시지가 통보됐다. 현지 A부대에서도 ‘수상한 군인들을 봤다’는 주민의 제보가 접수되면서 비상이 내려졌다. 훈련이라는 것을 함구한 상황이라서 합참과 육․해․공군 수뇌부, 전방지역 전간부들이 전원 비상 소집되는 실제 상황이 전개됐다. 이어 국지도발 최고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다.

이 훈련은 정승조 합참의장이 지시한 ‘불시 전투준비태세 점검’의 실제상황이었다. 대항군으로 침투한 병력은 특전사 대원 20여 명이다. 이들은 군 주요시설에 은밀히 침투해 폭파딱지를 부착하고 도피 및 탈출하는 방식으로 야전부대의 평상시 경계태세와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했다. 결과는 참담했다고 한다. 군 주요시설(지휘소, 격납고, 레이더기지)이 대부분 파괴됐고, 비상소집 상태의 허점과 부대 간의 작전협조 부재가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적에 대한 탐색 및 추격의 작전미숙 등 총체적인 전투준비태세의 부족을 확인한 훈련으로 평가됐다.

물론 적의 침투가 예상치 못한 시간과 불특정 공간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경계라는 것 자체가 바로 그러한 적을 상대로 24시간 근무를 서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즉각 발견조차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직무유기라고 할 것이다.

육군은 기본교리인 ‘지상작전’에서 전쟁수행을 지배하는 기본적인 원리로 12개의 전쟁원칙을 기술하고, 특히 제7원칙 ‘경계의 원칙’에서는 철저한 경계를 강조하고 있다. 경계에 실패하면 적에게 저항도 못 하고 몰살당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전사가 말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진주만 기습을 떠올려 보자. 이는 경계에 소홀했던 미국이 당했던 가장 부끄러운 패전이었으며, 일본의 입장에서는 태평양에서의 제해권을 장악하는 완전한 기습작전의 성공이었다.
‘우리는 1950년 6월 25일 04시에 시작된 북한의 기습에 대해 전혀 몰랐다가 수도 서울이 3일 만에 함락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건이나 11월 23일 연평도 피격사건도 적에게 근본적인 원인과 책임이 있다고는 하나 군의 직무상 경계의 소홀에 기인한 바가 있는 것이다. 만일 이번에 전후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침투했다면 과연 군의 대응태세가 어떠했을까?

훈련이었다고 하지만 철저한 반성과 교훈을 도출해 불철주야 대북경계태세를 재점검하고,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기회로 삼아 군의 소임에 추호의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아날로그방식의 야간경계를 디지털방식의 과학화 야간경계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장병들의 정신무장도 강화해야 한다.

미래의 전투는 야간을 지배하는 군대가 승리를 하게 된다. 그래서 전자장비의 발전은 야간극복기술의 무기화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위장복장의 개발로 육감에 의한 아날로그적인 적 발견은 거의 불가한 수준이기에 열영상장비(TOD)나 폐쇄회로(CCTV) 같은 디지털방식의 경계과학화 및 개인화기 장착화가 시급하다. K-11 복합소총이 이러한 열영상장치를 갖춘 최첨단 개인화기다. 이 같은 장비의 조기 편제화가 전투력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주야연속작전능력의 강화를 위해서 잠을 자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특수전술약제(밤독수리(夜鷹):중국군 군사과학의학원이 개발한 것으로 3일간 잠을 자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약)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인간적인 한계를 능가하는 전투요원의 철인적인 체력은 전장의 승리요체가 될 것이다.

이번 합참의 불시 점검을 적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실시해 군내 경각심을 제고하고, 북한에 도발의 무모함을 경고할 필요도 있다. “평화를 바라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베제티우스의 말이나 “천하가 평안하다고 해서 전쟁을 잊어버리면 위태롭게 된다(天下雖安 忘戰必危)”라는 사마양저(司馬穰苴)의 경구를 한시라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군은 ‘항재전장(恒在戰場)’의 정신무장을 가지고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을 다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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