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보았듯이 국민들이 기성정치권에 느끼는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처음으로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으며 한나라당은 무소속 박원순 후보자를 상대로 고배를 마셨으니 말이다. 이러한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정당제도의 근간마저 부정하게 되는 현실을 만들었고 안철수 원장은 한때 철옹성 같았던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마저 허물어 버렸다. 상황이 이쯤 되었으면 왜 국민들이 기성정치권에 대해 분노하는지 정도는 알 만도 할 텐데 필자가 보기에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는 듯하다.

지난 12일 한나라당이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의 권한과 활동 시기를 놓고 당내 세력 간에 이전투구를 벌였다고 한다. 친박계와 친이계 일각 그리고 당 중진들은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주도권을 포함해 ‘박근혜 비대위’가 전권을 가지고 내년 총선까지 활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쇄신파는 비대위의 활동기간이 재창당 준비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반박하고 나섰다. 정몽준 의원의 경우에도 전당대회를 거듭 주장하며 반론을 제기했다.

지금 국민들이 기성정치권에 분노하는 이유는 제18대 국회의원 나리님들이 이 나라 서민을 위해 도대체 한 일이 무엇이며, 여야의 근간을 이루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쌈박질한 것 빼놓고 제대로 한 게 무엇이 있느냐는 비판이다. 중산층이 깨지고 서민들의 삶이 더 궁핍해져 양극화는 더 심해졌는데 이러한 국민의 비판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자기이익만 주장하는 현실이 한심해 보인다. 지금 한나라당 국회의원 중 상당수는 국민들이 분노하는 기성정치권에 대해 ‘나는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딱 그 짝이다.

쇄신파의 주장은 ‘박근혜 비대위’의 가장 큰 임무는 신당 수준의 재창당인 만큼 비대위 활동 기간은 재창당 준비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한다. 결국 박 전 대표를 그때까지만 이용하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필자는 쇄신파들에게 묻고 싶다. 말이 좋아 쇄신파지 쇄신의 대상에 쇄신파는 해당 없다고 보는지 말이다. 쇄신파의 상당수도 과거 친이계에서 나왔던 것인데 누구는 쇄신파가 되고 누구는 친이계라 불리니 그것도 사실은 정답이 아닌 듯싶다. 필자는 지금 친박 친이 쇄신파를 구분하여 누가 쇄신의 대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국회의원 전원이 쇄신의 대상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 점에서는 정몽준 의원 역시 다르지 않다. 지금 전당대회를 통해 당론의 분열을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등판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하면서도 이용만 하자고 달려 드는 식의 주장에는 진정성도 없고 정치적 이해관계만 있어 보인다. 친이계 출신의 윤영 의원은 “야구로 치면 지금 7회말 6대 0 정도로 지고 있다. 많은 투수들이 던졌지만 번번이 국민타자에게 실점해 마지막에 ‘박근혜 투수’가 올랐는데 감독이 무슨 주문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네 마음껏 해봐라’는 말밖에 없다. 마지막 투수에게 전권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 쇄신파들의 주장은 재창당론을 통해 도로 한나라당이 아닌 실질적 재창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도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쇄신파 주장대로 쇄신파가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 쇄신파 역시 재창당된 당에 들어가면 그 나물에 그 밥이고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우니 말이다. 현직 국회의원 전원이 사퇴하지 않고서는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것이 지금의 민심이다. ‘나는 쇄신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어리석은 생각부터 버릴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재창당 수준의 한나라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 마지막 구원투수로서 박근혜 전 대표를 선택했다면 자기 이익보다는 대의를 좇는 것이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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