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간 성범죄 4년간 4.3배 급증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지난달 4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중학교 1학년 여학생 A양이 남학생 6명에게 둘러싸여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 학생 가운데 A양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2명은 범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남고생이 교실에서 여고생 성추행’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남학생은 여학생을 무릎 위에 앉히거나 껴안는 등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이어갔다. 주변 학생들은 이 같은 행동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나라 청소년 성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성적 욕구 표출과 행위 수위가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대검찰청 ‘소년 사범(14세 이상~19세 미만) 범죄유형별 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성폭력 범죄는 지난 2006년 1706명이었으나 2007년 1717명, 2010년 2746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김춘진 의원(민주당)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2006년~2011년 6월 연도별·시도별 학생 간 성폭력 현황’을 보면 학생 간 성폭력 사건은 2006년 38건에서 2010년 166건으로 4년 만에 4.3배 늘어났다.

이 같은 통계자료는 모두 청소년 성범죄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 성범죄 증가 원인에 대해 이명화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그간 감춰져 있던 사건들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피해나 가해에 대한 성범죄 수치가 만만치 않으며 증가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음란매체 노출 저연령화
관계전문가들은 음란매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이 청소년 성범죄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김재련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청소년의 성적 과잉행위 정도, 저연령화와 관련된 통계 및 상담 사례는 충격적일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조사한 ‘2010년 초등학생 성경험 및 성태도 관련 실태조사’ 결과 음란매체를 처음 접속한 시기에 대해 여자 초등학생은 5학년(40.6%), 6학년(39.6%), 4학년(14.6%) 순으로 조사됐다. 남자 초등학생은 6학년(48.6%)이 가장 많았고 5학년(35.1%), 4학년(11.5%)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음란물을 보고 난 후 ‘본 장면을 따라하고 싶어진다’에 남자 초등학생이 여자 초등학생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변호사는 “성적과잉행위의 정도를 넘어선 타인에 대한 성적접촉과 성기노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청소년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성교육
전문가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성교육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은심 성평등상담소 전문연구원은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성 지식은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성지식이나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성에 대한 정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위해 실제로 필요한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의 성교육은 정자와 난자가 어떻게 만나는지에 대한 내용 뿐”이라며 “사람을 함부로 때리는 것, 단체로 폭력을 저지르는 것, 강간 등 성폭력을 하는 것은 타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전했다.

김두나 (사)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조직국장은 성적 범죄를 일으키는 일부 어른의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기획조직국장은 “성매매를 하는 어른이 아이에게 ‘넌 바르게 잘 자라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며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 보는 어른의 인식이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성·인권존중 교육이 대안이다”
관계전문가들은 어릴 때부터 성에 대한 다각적인 교육과 사회의 성문화, 인권의식을 높이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송영희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인성 및 인권존중 교육에 바탕을 둔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성교육을 학교 정규교육과정에 포함시켜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송 장학사는 “체계적인 성교육 담당교사를 양성·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성교육 자료 및 정보교류를 위한 지원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국화 탁틴내일청소년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청소년의 성적과잉행동이 나타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추 소장은 “2차 피해와 재범이 일어나지 않도록 성폭력 상담소 자체적으로 지속적인 지원과 지역 내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상황에 맞는 성교육과 매뉴얼을 함께 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추 소장은 성적 자극과 왜곡된 성 인식은 유해매체를 차단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아동·청소년을 위한 여가문화(활동·놀이)가 개발돼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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