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보스턴 주재기자 

 

술을 마시고 못 마시고가 술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초년생에게는 큰 시험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이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질문이었던가?’ 싶기도 하지만, 체질적으로 술을 못 마시는 사람, 술 그 자체가 무섭고 술 마시는 습관을 아예 만들기 싫은 사람들도 있는데 그 당시 개별화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술 문화가 참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필자는 한국이 1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 젊은이들이 너도 나도 술을 먼저 선호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술을 아예 사회생활 도구쯤으로 생각하고 술을 권하는 사람들을 미국에까지 와서 만나게 되면 참 황당할 때가 많아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특히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술을 잘 마시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될 때 안쓰럽고, 남녀평등 인권문제를 떠나서 참 보기 흉하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밝고 안정적인 사회가 아닐까?
필자는 이런 면에서 미국이 참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개인과 가족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미리 여러 가지 사회문제의 예방 차원에서 국가가 직접 나서서 술 문화에 개입하고 통제해서 전체의 안녕을 유지하려는 모습은 자유가 참 많아서 술도 자유롭게 맘대로 마시게 내버려 둘 것만 같은 미국이 책임감 있는 국가로까지 보이게 한다. 이런 법은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 있어도 술을 마시고, 피곤해도 마시고, 그냥 목말라서 마시기도 하고, 화가 나서 마시기도 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마시기도 하니, 참 그 핑계들도 가지각색으로 만들어 술을 물처럼 마시는데, 미국에서 국가의 이미지도 좀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인들이 1인당 1주일에 소주 2병꼴로 술을 마신다고 하니 그 술 소비량은 실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으며, 미래 젊은이들이 술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가 술 하면 흔히 알코올 중독자만 생각하는데, 술과 관련된 문제는 정말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교통사고, 안전사고 그리고 폭행과 성범죄, 가정폭력, 자살 등의 문제가 거의 이 술과 관련되어 있다. 술이 얼마나 위험한 마약인지를 깨닫게 된다면 술을 조장하는 문화는 당연히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미리 파악한 미국은 술에 대한 엄한 규제를 만들어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길거리에서 취객을 발견하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다.

우리나라에서는 1차를 마시고, 2차를 가서 또 마시고 3차까지 가서 또 마시는 이상한 문화가 자리 잡혀 있어서 곤드레만드레가 안 되면 이상할 정도로 술을 마신다. 또한 한국에선 기분에 따라 “오늘은 내가 쏜다!” 하며 초대를 한 사람이나 나이가 많은 선배, 연장자가 혼자 술값을 계산하며 부담을 지는 경우가 흔한데,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각자 계산하거나 돈을 모두 모아서 함께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 사람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 한 사람의 자유와 잘못으로 인해 다른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미국에서는 알코올 중독을 개인이 처리해야 하는 문제로 보지 않고, 개인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구제해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보호 아래 즉, 규칙 안에서 마시지 않으면 바로 그 개인은 국가의 규제대상이 되거나 처벌대상이 된다. 일요일 같은 경우는 그 다음 날의 원활한 사회생활의 복귀를 위해, 또 원만한 가정생활을 위해서 술을 팔지 않는 술집이 대부분인 것도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문화라 할 수 있다.

맥주로 유명한 독일마저도 술은 그저 즐기기 위해 마시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 법이 매우 엄격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술 문화에 대해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모두 너무나 관대한 것 같다. 술을 마셔서 저지르는 실수나 범죄에 대해서도 술을 마셨으니까 하고 관대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바로 잡혀야 할 것이다.
술이 어색하고 곤란한 관계를 때로는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는 건 어떤 부분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불건전한 음주문화는 잘못된 음주 습관을 만들어 결국 개인 하나하나가 병들어가고 나아가서는 그 가족과 사회가 병들어 제 역할을 하지도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우리도 한국문화의 선진화, 세계화, 고급화를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다른 나라의 건전하고 바람직한 음주 문화는 우리 개인과 가정, 조직 그리고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 예방차원에서라도 배워서 세계와 제대로 소통하는 한국인의 더욱 멋진 문화로 다듬어가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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