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개발원조총회 개회식이 30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전시장 1홀에서 열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 부산=백하나 기자] ‘밖으로 알려진 화려한 모습과 달리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는 미비한 점 투성이었다.’

사흘간 부산에서 진행된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부산총회)의 행사 진행상황을 두고 자원봉사자들 사이에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부산총회는 지난달 29일 개막해 3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됐다. 행사 기간에는 이명박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 등 세계 160여 개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시·의회, 시민단체 3500여 명이 참석, 규모면에서 ‘개발원조 올림픽’의 위용을 드러냈다.

부산총회의 개최 비용만 해도 총 105억 원이 투입됐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번 총회에는 외교 통상부가 100억 원, 부산시가 5억 원을 지원해 행사를 치렀다. 자원봉사자·운영요원만 해도 800여 명이 활동했다. 다른 국제 행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하지만 부산총회에서 활동한 자원봉사자와 운영요원들은 행사가 치러지는 과정에서 주최 측의 관리가 미흡해 혼선이 잦았고, 인력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주요 인사들을 방치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국제기구 대표 통역을 맡았던 박지은(가명, 23) 씨는 “인력 관리가 제대로 안 되자 막판에는 위에서부터 ‘4시 이후로는 각국 대표들의 일을 일일이 손 쓸 수 없으니 신경 쓰지 마라’ ‘밥 먹는 것도 알아서 먹도록 내버려 두라’는 황당한 지시를 했다”며 “이는 우리나라를 처음 찾는 인사들에게 너무한 처사였다”고 말했다.

다른 통역 봉사자 문영은(가명, 23)씨는 “나는 대사, 장관, 국회의원 등을 포함해 무려 7명을 수행했다. 식사에 대한 부분도 해결되지 않아 봉사자가 알아서 식당을 예약해 대접하거나, 의전차량이 부족해 VIP를 버스에 태워 이동하는 문제도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부산총회 개최를 몇 주 앞두고 모집 분야와 다르게 역할이 뒤바뀌는 경우도 발생했다. 박 씨는 사무관리 분야로 지원해서 최종 발탁됐는데도 행사 개최 3주 전에 통역봉사로 전환됐다.

박 씨는 “언어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3주전에 사무에서 통역으로 봉사분야가 바뀌었다. 또 행사 전날까지 내가 맡은 인사가 어느 나라 소속인지, 언제 부산에 도착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들을 수 없었다”며 운영 실태를 꼬집었다.

차량관리를 맡았던 이야호(23) 운영요원은 “주차관리만 하더라도 경찰·경호처·시의회·운영요원 간의 지시사항이 달라 혼선이 잦았다”며 “VIP, 일반인을 태우고 온 기사들과 실랑이를 하는 모습이 외국인들에게 그대로 비쳐 보기 민망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산총회 준비기획단은 위와 같은 상황에 대해 “대행사가 진행해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부산총회 자원봉사자·운영요원을 총괄했던 대행사 BMD는 자원봉사자의 전문성 부재를 문제로 들었다.

BMD 배득성 상무는 “행사 후 자원봉사자 중에는 교통비, 식비 심지어 휴대전화 요금까지 청구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국제적인 행사는 경험과 실력이 충분한 전문인이 배치되고, 간단한 안내 정도만 할 수 있는 부분에 자원봉사자가 투입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자원봉사의 발전을 위해 인원이 투입된 부분이 있고, 몇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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