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락 (와락 제공)

[천지일보=이솜 기자]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와락’에 와서야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2년 전 쌍용차 대량해고로 시작한 조합원들의 77일 공장점거 파업은 그들과 가족에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그동안 사회적 관심과 적절한 치유를 받지 못하고 방치돼 힘든 상황을 겪어온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심리 상담소가 문을 열었다. 상담소 이름은 ‘와락’. 해고자들을 ‘와락’ 껴안아 삶의 의지를 되찾게 해준다는 뜻이다.

심리치료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해고자의 아내인 이정아(38, 여, 경기도 평택시 서탄면) 씨는 “상담에 들어가기 전에는 파업 후유증으로 많이 힘들었다. 사람에 대한 불신, 배신, 실망감으로 쌍용차와 관계된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평택이 아닌 아무도 없는 곳에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하면서 내 속의 고통을 뱉어내고 나니까 ‘아, 사람들하고 함께 산다는 게 참 좋구나’라고 생각이 바뀌더라”고 웃었다.

어린 이 씨의 아들과 파업 당사자인 남편도 같이 상담했다. 이 씨의 아들은 경찰차가 지나가기만 해도 이 씨에게 “엄마, 경찰이 엄마 안 잡아가?”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이 씨의 남편은 스스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상담의 참관인으로 들어갔다가 너무 서럽게 울어 상담을 시작했다. 속에 있던 상처를 자신조차 몰랐던 것이다.

와락의 상담 프로그램은 지난 3월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가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을 치료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현재는 상담 3기가 운영 중이다. 월요일은 어른들 개인상담, 화요일에는 아이들 개인상담, 토요일은 집단상담이 진행 중이다.

놀이치료 등 치료를 위한 도구들뿐 아니라 와락의 모든 물건은 후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에 최소 4박스 이상의 후원 택배가 온다. 실제 와락을 방문한 날에도 후원받은 물품을 나누기 위해 해고자 아내들이 각각 박스에 물건을 배분 중이었다.

권지영 센터장은 “숨어서 세상과 단절한 쌍용차 노동자들이 가장 위험하다”며 “이런 분들을 찾아서 우리와,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것이 와락의 목표”라고 말했다.

권 센터장은 “와락에 와야 사람들이 우리를 응원해주는지 지지해주는지 알 수 있다”며 “빨리 이곳에서 우리 함께 잘 살아보자”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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