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 ⓒ천지일보(뉴스천지)

65.3% 초등학교 이후 국기 그려본 적 없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국기(國旗)는 국화(國花), 국가(國歌)와 더불어 한 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식이다. 더욱이 국기와 같은 경우 한 나라의 역사와 국민성, 나아가 이상(理想)이 담겨있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의식, 이상이 담긴 국기 ‘태극기’가 있다. 태극기에는 음양, 하늘과 땅의 조화를 통해 온 우주가 서로 화합하며 공존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태극기가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과서나 국가행사에서 잘못 그려진 태극기를 발견해 물의를 일으키는가 하면, 많은 수의 국민들이 태극기의 모양을 정확히 그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극기에 담긴 의미 이해하는 국민 드물어

태극기의 역사와 의미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에 대해 관계전문가들은 “태극기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대한민국국기홍보중앙회가 2009년 초․중․고․대학생과 일반·군경(29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태극기에 관한 국민의식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기를 그려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93.6%가 ‘그린 적 있다’고 응답했지만, 국기를 그려본 시기로는 ‘초등학교 때’라는 응답이 65.3%로 가장 많았다.

‘유치원 (33.8%)’ ‘중고등학교(9.2%)’ ‘그 이후 (2.4%)’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초등학교(60.9%)’ ‘유치원(56.9%)’ 순이었고, 중고등학생 역시 초등학교 때 그려봤다는 응답이 72.9%로 가장 많았다.

대학생과 일반인, 군경도 초등학교 때라는 응답이 61.9%를 차지했다. 결국 태극기에 대한 관심이 초등교육의 한 과정에서 그쳤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한철호 교수는 “태극기의 의미와 유래, 제작방법 등을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교육받아야 하지만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태극기의 의미를 모르는 교사도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교육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태극기의 의미를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국민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태극기를 종이에 직접 그려보이던 김남두(29, 남, 종로구 부암동) 씨는 “빨강과 파랑의 모양부터 헷갈린다”며 “초등학교 때 이후 그려본 적이 없어 제대로 그리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태극기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며 “태극기의 의미를 알아야 하는 이유조차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 한 시민이 태극기를 그리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 우주만물 담고 있는 태극기
관계전문가들은 국민의 인식에서 태극기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곧 나라와 국민을 동시에 잃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상징하고 그 주권과 국위를 나타내는 표지이다. 태극기는 흰색 바탕에, 가운데 태극문양과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四卦)로 구성돼 있다.

태극기의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그리고 전통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민족성을 나타내고 있다.

가운데 태극 문양은 양(陽: 빨강)과 음(陰: 파랑색)의 조화를 상징한다. 우주 만물이 음양의 상호 작용에 의해 생성하고 발전한다는 대자연의 진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네 모서리의 4괘는 음과 양이 서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효(爻: 음--, 양―)의 조합을 통해 나타낸 것이다. 그 가운데 건괘(☰)는 우주 만물 중에서 하늘을, 곤괘(☷)는 땅을, 감괘(☵)는 물을, 이괘(☲)는 불을 각각 상징한 다. 이들 4괘는 태극을 중심으로 통일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생활 속에서 즐겨 사용하던 태극문양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태극기는 우주와 더불어 창조와 번영을 희망하는 한민족(韓民族)의 이상을 담고 있다.

◆ 잘못 표시된 태극기 ‘망신살’

태극기의 의미를 알지 못해 공식적인 자리에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표기가 잘못됐음에도 그것을 판단하지 못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지학사에서 나온 고등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에는 태극기 속 태극의 물결무늬가 거꾸로 그려졌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좌우가 뒤바뀐 태극기가 전쟁기념관 내 전시실에서 발견됐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제작진이 뒤집힌 태극기를 타이틀 화면에 내보낸 적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산 ‘짝퉁’ 태극기가 국내시장을 점령하던 삼일절이나 월드컵 때 태극기가 잘못 그려졌는지도 모른 채 태극기를 흔들어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래원 대한민국국기홍보중앙회장은 “중국산 태극기는 태극과 괘의 규격이 엉망이고 빨강과 파랑 문양이 겹쳐있다”며 “태극기에 대한 소중함을 모른 채 사람들이 무조건 싼 것만 선호한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극기에 대한 선별의식을 가진 국민이 10%도 안 될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형식적인 것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국심이 고취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