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평택 가구전시장 화재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이재만(39) 소방위와 한상윤(31) 소방장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소방관들에게 얼마나 많이 소홀했는지, 그들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소방공무원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환경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장난전화는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편의를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문제다. 전화만 걸면 달려오니 ‘문을 열어 달라’ ‘술 취한 사람 있으니 데려가라’ 등의 요청은 일도 아니라고 한다.

이렇듯 굳이 119를 부르지 않아도 될 일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어느 정도 제재를 가하기는 했지만
소방공무원들의 하루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불길 속에 생사를 넘나드는 소방관, 위기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 참사가 일어난 곳은 어디든 달려가 생명을 구하는 그들이지만 정작 자신들의 생명은 위태위태한 현실이다.

허나 그들의 노고는 국민을 위해 일하다가 희생을 당하고 나서야 잠시잠깐 빛을 본다. 희생 뒤에야 그들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또 서서히 잊히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나섰다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소방공무원이 연간 300명을 넘고,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온갖 질병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소방공무원이 40% 정도 된다고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들 소방공무원의 평균수명이 58.8세로 일반인보다 18살이나 적다는 것이다. 생명수당 5만 원과 화재진압수당 8만 원을 합친 한 달 급여가 200여만 원이라고 한다. 같은 공무원이지만 입으로만 국민들을 위한다는 이들과 비교한다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처우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가 진정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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