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디도스 후폭풍에 자중지란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디도스 악재’로 말미암아 한나라당 내에서 지도부 교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나아가 재창당이나 탈당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 같은 기류에는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라는 사상 초유의 악재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경우 당의 회생조차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절박하게 묻어 있다.

10.26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이 쇄신바람과 공천물갈이론, 보수신당설로 이리저리 휩쓸렸는데 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는 자조 섞인 한숨도 나오는 상황이다.

당내 수도권 소장파 의원 10명은 6일 조찬모임을 하고 당의 재창당을 요구했다. 모임에는 권택기 김용태 나성린 신지호 안형환 안효대 전여옥 조전혁 차명진 의원이 참석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들은 모임 직후 ‘대한민국과 한나라당의 미래를 걱정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금 한나라당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를 겨냥해 “현실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은 후 “당 지도부가 재창당의 구체적 계획을 9일 정기국회가 끝나는 대로 즉시 제시하라”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주문했다.

또 “의미 있고 즉각 실행이 가능한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뜻을 같이하는 의원과 함께 행동에 나서겠다”고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면에 잠시 가라앉았던 ‘지도부 교체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조전혁 의원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디도스 공격’ 이전부터 당이 위기라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며 “이전보다 더 큰 위기가 왔는데도 당이 두 손을 놓고 있다”고 지도부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디도스 사건의 경우에도 야당에서 주장하는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수용해서 의혹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성린 의원은 “당이 많이 변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모이게 됐다”면서 “(오늘 모인 의원들의 생각에 공감하는 의원이) 많이 있다고 본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당내 쇄신파 의원 10여 명도 지난 5일 쇄신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은 이날 모임에서 탈당 의사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쇄신파의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추락하는 새는 날개가 없다’ 지금의 한나라당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라며 “이 와중에 지도부와 지도자는 꿈쩍도 않고, 나 같은 자도 더 이상 떠들 기력도 없고”라고 푸념을 쏟아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 한나라당은 재창당, 당명개정 등의 대폭적인 변화를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단기간에 탈당 러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소장파와 쇄신파를 중심으로 한나라당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집단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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