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영 김옥자
희디 흰 그대 마음으로 내리는
푸른 꿈이고픈 나
언제 그대의 마음으로 내리는
한줄기 햇살인적 있었나요

망부석 되어버린 이내 마음은
어디를 가나 그대가 나의 가슴에
함께 호흡하는 걸 어쩌나요

벙어리장갑을 끼면
하나로 모아지는 따순 손길처럼
그대와 나는
하나로 포개지는 마음이고픈데

스미고 스미고픈 그대의 품처럼
한잔의 헤이즐럿커피향이
나의 온몸으로 퍼져가듯

그대의 괴로움과 행복
나에게로 스미는
사랑이고픈걸 어쩌나요

-약력-
서정문학 행정국장/시분과위원장/편집위원
둥지문학시심사위원
방재청UN백서보조작가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문학예술편집위원
구로문인협회회원
서정문예대학위원장

-시평-
이 작품은 가을 배경에 사랑을 주제로 한 시(詩)다. 한잔의 헤이즐럿 커피를 마시며 가을이 좀 더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시적 화자의 심정이 가슴에 와 닿는다. 김옥자 시인은 자연이나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재에 섬세한 감수성을 부여하여 정갈하게 시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맑고 순수하다. 제2연 ‘망부석 되어버린 이내 마음은/어디를 가나 그대가 나의 가슴에/함께 호흡하는 걸 어쩌나요’에서는 외롭고 쓸쓸해도 결코 움츠려드는 법이 없는 가을 사랑이 그리움으로 응축되어 나타나는데 가을은 시적 화자와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벙어리장갑을 끼면/하나로 모아지는 따순 손길처럼/그대와 나는/하나로 포개지는 마음이고픈데’에서는 한층 성숙된 가을이 가슴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만 같다. 그럼, 이 시에 들어 있는 가을은 어떤 것일까? 언제나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따뜻한 배려의 마음으로 주위를 돌보는 사랑의 향기가 가득한 가을일 것이다. 인생의 깊은 철학을 함축한 이 시를 감상하며 떠나는 가을과 서로 마주보며 웃어보자.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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