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미화원. ⓒ천지일보(뉴스천지)

 가을엔 낙엽, 겨울엔 눈 때문에 고생… 전단지도 한몫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유독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 거리. 홍보 전단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곳 중 하나다. 이곳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버린 전단지를 치우는 데만도 100리터 쓰레기봉투 2개를 가득 채워야 한다. 새벽 내 거리를 열심히 쓸어 그나마 깨끗한 거리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환경미화원의 노고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500여 개의 동을 책임지는 전체 환경미화원 수는 6000여 명. 이들은 깨끗한 도시를 위해 구석구석에서 보이지 않게 많은 일을 한다.

◆찬바람 가르며 15분 달려 식사 해결
서울시 종로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오모(43, 남) 씨의 일과는 새벽 4시가 되기 전 시작된다. 오 씨는 이 생활을 19년째 계속하고 있다. 역천동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그의 일터인 종로로 나오는 데는 20분. 추운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오토바이를 타기엔 엄두가 나지 않아 오 씨는 겨울철엔 새벽 4시 20분께 있는 시내버스 첫차를 타고 나온다. 밤새 뿌려진 명함·전단지 등이 널브러져 있는 길거리를 쓸고 화단 틈새로 들어간 담배꽁초를 빼내느라 씨름을 한다.

그는 “사람들이 화단 틈새로 담배꽁초를 ‘휙휙’ 던져 집게로 빼내는 데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화단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도 문제고 주변에 쓰레기통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경미화원들은 더운 여름보다 가을·겨울철이 좀 더 고되다고 한다. 가을엔 낙엽 치우느라 하루에 10포대 정도를 실어 나르고 겨울엔 눈 때문에 고생한다. 오 씨는 “눈이 올 때면 청와대로 눈을 쓸러 가기도 한다”면서 “또 길바닥에 뿌려놓은 명함은 쓸리지도 않아 일일이 손으로 줍는다”고 작업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그는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어요. 전 이 일이 직업이니깐 열심히 해야죠”라고 말한다.

용산구를 10년 동안 담당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박봉현(67, 남) 씨는 “겨울엔 장갑을 끼어도 손끝이 엄청 시리다”며 겨울이 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가로변을 쓸고 도로변 쓰레기통을 어느 정도 비우고 나면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휴게실로 향한다. 이동수단은 자전거. 찬바람을 가르며 15분 동안이나 달려야 휴게실에 다다른다.

박 씨는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침, 점심 하루에 2번 이같이 이동해야 한다. 그는 “종종 아침 출근길에 가정집에서 나온 음식쓰레기 등을 가지고 버스정류장으로 나와 쓰레기통에 몰래 버리고 가는 시민이 있다”며 “처리하기가 곤란하지만 어찌하겠느냐. 분류해서 버려야지. 쓰레기봉투 얼마나 한다고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는지…”라며 시민의식 부족에 씁쓸해했다.

◆“눈 오면 염화칼슘도 우리가 뿌려요”
일이 힘들어 인원이 자주 바뀌기도 하지만 그중에 유해길(67, 남) 씨는 무려 23년 동안이나 환경미화일을 해 왔다.

유 씨는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불이 덜 꺼진 담배꽁초를 버려서 쓰레기통이 홀라당 타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어쩔 땐 낙엽을 모아둔 곳에 그냥 버려서 불이 붙는 바람에 깜짝 놀란 적도 있다”며 위험했던 때를 회상했다.

그는 작년에 유난히 많은 눈이 내려 치우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유 씨는 “인도, 건널목, 버스정류장 등은 우리가 제설작업을 해야 해서 일정 거리마다 염화칼슘을 뿌린다”면서 “기온이 내려가 눈이 얼기라도 하면 치우기 곤란하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유 씨는 몇십 년 사이 그나마 시민의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활용도 잘 되는 것 같고 버스정류장에 마련된 쓰레기통에 가정집 쓰레기 등을 가져와 버리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환경미화는 자치구에서 관할하는 업무다. 25개 자치구는 각각 정해놓은 지침에 따라 구 소속과 청소대행업체 환경미화원으로 나뉜다.

보통 구 소속 환경미화원은 가로변과 재활용 수거 등을 담당하고 대행업체 직원은 음식물쓰레기 등 종량제·폐기물수거를 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시간은 대개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다. 강남구 일대를 맡고 있는 한 청소대행업체는 “수거시간이 원래는 자정 12시까지였는데 시민들이 새벽에도 쓰레기봉투를 밖에 내놓아 시간을 좀 더 늘렸다”며 “새벽 5시까지지만 대부분 6~7시까지 업무가 지연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또 토요일 새벽 5시부터 일요일 저녁 8시까지는 가정집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 홍대 거리는 매일 같이 넘쳐나는 전단지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골치 아픈 전단지 “근본대책 필요해”
지난달 26일 강남역 부근에서 기자가 만난 이은숙(33, 여,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씨는 밤과 새벽 사이에 유흥가에서 뿌려대는 전단지에 혀를 내둘렀다. 이 씨는 “장사하는 사람들이 심할 정도로 막 뿌려대는 전단지 때문에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며 “시민들도 억지로 전단지를 받고 그대로 길에 버린다”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잘 쓸리지도 않는 전단지를 치우는 것은 고스란히 환경미화원의 몫이다. 홍대 일대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정종철(48) 씨는 “일반 쓰레기는 한 번에 쓸리지만 전단지는 5~6번 쓸어야 겨우 쓸린다”며 “업무규칙상 50분 일하고 10분 휴식인데 바쁠 때는 그런 것도 없다. 주말엔 전단지를 더 심하게 뿌리고 쓰레기도 많아 출근은 새벽 5시까지지만 3~4시 사이에 나와 치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단지 관련 문제에 대해 그는 “단속을 해서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고 하지만 단속인원이 확충돼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마포구청은 환경미화 업무 중 전단지·쓰레기 무단투기 단속도 함께 하고 있다. 무단투기 등으로 단속에 걸리는 업주들은 3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마포구청 이현국 청소행정과 가로팀장은 “벌금이 너무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단속해서 걸려도 벌금 내면 그뿐이고 업소 홍보를 위해 계속해 전단지를 뿌려댄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이 팀장은 “야간에 잠복해있다가 오토바이가 나타나면 덮치기도 하는데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다. 전단지를 뿌리는 사람이 넓게 분포되어 있고 시간대도 달라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벌금이 적으니 단속을 해도 소용이 없다. 높은 금액의 벌금이 책정돼야 할 것 같다”며 “서울시나 구청에서도 이런 행태에 대해 캠페인 등 많은 홍보를 통해 의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도시경관과 관계자는 “전단지를 뿌리는 사람이 기습적으로 배포하고 다녀서 단속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걸려도 과태료 부과 정도니깐 근절되지 않는다”며 사법기관에서 불법전단 등에 대해 적극적인 단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모(64, 남, 서울 서초구 내곡동) 씨는 “호주에선 미화원을 궂은일을 대신 해주는 일이라고 해서 아주 우대하는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는 이런 의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담배꽁초, 전단지 등을 아무 데나 버리는 것에 대해 “매스컴에서 자꾸 이런 것을 홍보해야 한다. 버스나 전철 등을 통해 계속해서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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