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지도부-공천권 분리해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공천권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기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쇄신연찬회에서 ‘현 지도부 유지’로 가닥이 잡히면서, 당의 관심은 공천권으로 넘어간 형국이다. 지난 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공전하게 된 것도 쇄신안의 요체인 공천권 문제에서 입장 차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 주류세력인 친박계는 지도부-공천권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현 지도부는 그대로 유지하되, 공천권은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1일 취재진에게 “공천의 핵심은 원칙·기준·절차”라며 “지도부가 시스템을 만들고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천권 분리엔 쇄신파도 같은 생각이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지도부는 큰 틀의 공천 원칙과 당의 방향이나 정책, 어떤 인물을 영입해야 하는지 등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며 지도부-공천권 분리 원칙에 동조했다. 친이계인 원희룡 최고위원도 홍준표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력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도 공천권 견제에 나섰다. 그는 1일 중앙일보·JTBC 공동 인터뷰에서 “힘 있는 몇몇, 어떤 누가 (공천권을)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납득할, 투명하고 개방된 제도로 공천하는 게 기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표면적으로 ‘투명한 공천’을 강조한 말이지만, 이면적으로는 공천권 분리를 주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홍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도 관여할 수 없도록 공정하게 공천을 관리해야 한다”며 “공천기구 역시 엄중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천권을 분리하자는 주장엔 반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원 전원이 4년간의 의정을 재평가받아야 한다”면서 ‘공천 폭풍’을 예고했다.

공천에 대한 홍 대표의 강경한 어조와 함께 때때로 논란이 되고 있는 총선 물갈이론 등이 당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공천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홍 대표가 ‘지도부 재신임’을 인정받기 위해 강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공천에 대한 부담을 늘리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